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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화제]獨 본서 역사적 진실왜곡 사진전시회

입력 | 1998-12-14 19:12:00


얼마나 많은 사진이 역사적 진실을 왜곡했는지를 보여주는 사진전시회가 독일 본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회 타이틀은 ‘거짓말을 하는 사진들’.

대중을 오도하기 위해 사진조작을 활용한 대표적 집단은 독재정권과 공산정권. 이들은 사진조작을 통해 독재자를 미화하고 진실을 왜곡했다.

이탈리아의 독재자 무솔리니는 말을 무서워했다. 그런데도 무솔리니가 한창 권력을 누릴 때 중동지방의 칼을 차고 리비아산 종마에 올라탄 그의 사진이 뿌려졌다. 무한한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말 위에 앉아 있는 기수의 얼굴을 무솔리니의 얼굴로 바꾸는 사진조작이 동원된 것.

히틀러의 전속사진사였던 하인리히 호프만은 히틀러를 우상화하기 위해 군의 사열을 받거나 대중을 감동케 하는 영웅적인 웅변가의 모습으로 사진을 조작했다.

1861년5월 베를린에서 열린 가축경진대회에 참석한 프러시아황제 빌헬름2세의 사진은 사진조작의 원조라 할 만하다. 왕은 우량가축 사육자들과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베를린에는 사진사가 없었다. 30여명의 수상자를 사진사가 올 때까지 며칠 동안 베를린에 머무르게 했으나 황제는 다른 일정이 있어 그같은 무례한 요구를 할 수 없었다. 역시 사진사가 나서 수상자의 사진 중간에 황제의 사진을 적당히 잘라붙이고 손질하는 등 위엄이 넘치는 합성사진을 만들어냈다.

전시회 자료에 따르면 역사상 가장 많은 사진조작을 당한 사람은 구소련의 혁명가 트로츠키. 트로츠키가 숙청된 후 볼셰비키혁명 당시 레닌과 함께 연단에 서 있는 유명한 사진에서 그의 모습은 사라져야 했다. 워낙 역사적으로 가치있는 사진이어서 구소련정권이 수없이 사용했는데 그때마다 트로츠키는 지워졌다.

현대에 들어서도 사진조작은 계속되고 있다. 92년11월 독일의 12개 대중잡지는 일제히 모나코 스테파니공주의 첫 출산을 커버스토리로 다루고 아기와 함께 있는 스테파니의 사진을 표지에 실었다.

그런데 아기의 얼굴이 모두 달라 독자들을 놀라게 했다. 잡지들이 마감시간에 쫓겨 저마다 적당한 신생아의 사진을 골라 스테파니의 사진과 짜깁기하는 황당한 사진조작을 했기 때문이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