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군당국이 2월3일 귀순한 북한군 변용관상위의 북한군 적공조(敵工組)에 의한 판문점 경비병 포섭 진술을 과장된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후속조사 없이 새정부 출범전인 2월18일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본보가 14일 입수한 국군기무사령부의 기밀문서 ‘귀순자 변용관 추가신문 결과보고’에 따르면 한국군 경비병 4명이 북한군 적공조에 완전포섭됐다는 변상위의 진술에 대해 군당국은 “전입요원 업무독려를 위한 교육용 자료 및 실적과시를 위해 과장 보고한 내용을 지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군당국은 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근무장병들의 의식성향 및 근무여건(상호 폐쇄회로TV 감시, 복초근무) 등을 고려해 볼 때 포섭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군당국은 대신 북한군 접촉 재발방지 차원에서 접촉방지 교육 및 JSA지역내 방첩활동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는 선에서 변상위 귀순사건을 마무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2월12일 정보사 박모소령 등 3명이 변상위를 추가신문한 뒤 작성한 이 보고서에는 2월18일 임재문(林載文)기무사령관도 서명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변상위는 귀순직후 3일부터 9일까지 국방부 안기부 기무사 등의 합동신문에서 “2월 판문점 적공과 전입교육때 ‘93년 이전까지는 적공과 공작활동이 상당히 활발해 4명을 완전 포섭할 수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완전포섭자의 경우 김일성배지 공민증 확인증 국가인증서 등을 지급하고 전역후 잠복하다 북한 연락원과 접선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술했다.
변상위는 그러나 추가신문에서 “구체적인 포섭사례에 대해서는 교육을 받은 바 없으며 완전포섭자 활용방안은 김일성정치대학 분교(적공대학) 교육내용을 완전포섭 교육내용과 연관시켜 추정진술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군당국은 또 변상위 자신이 신모 이모 김모일병 등 3명을 직접 접촉했으며 동료들로부터 “오모병장에게 롤렉스시계를 선물했는데 뜻대로 잘 안된다”는 얘기 등을 들었다고 진술했으나 이같은 내용이 과장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軍당국,졸속결론 왜 내렸나?▼
국방부와 군당국이 판문점 경비병들이 북한군을 접촉하고 4명이 포섭됐다는 귀순 북한군 변용관상위의 진술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 데는 예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군당국은 우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남북한이 폐쇄회로TV를 통해 경비병들의 동태를 서로 감시하고 있고 두사람이 함께 근무하는 상황에서는 북한군에 포섭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판단했다.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은 유엔사령부 관할로 사실상 미군이 통제하고 있는데다 기무사 등 정보부대 요원들이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군당국이 이곳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군은 또 한국군 경비병 4명이 북한군에 포섭됐다는 변상위의 진술에 대해서도 93년이전 내용인데다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지 못하는 점을 들어 과장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또 변상위가 자신이 접촉했던 경비병 3명과 동료 적공조(敵工組)요원들이 접촉했던 한국군 이름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는데도 국당국이 이들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은채 변상위의 진술을 과장된 것으로 치부해린 것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대한 조사의 한계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한국군 카투사들이 공동경비구역에 근무하지만 이들은 유엔사령부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미군의 협조없이는 한국군의 독자적인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군당국은 절차상의 번거로움 때문에 북한군 접촉 의혹이 있는 병사들을 조사하지 않은채 변상위의 진술을 과장된 것으로 성급하게 결론을 내렸을 가능성도 있다. 또 변상위가 귀순한 시점이 정권교체를 앞둔 어수선한 상황이어서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가 자신의 거취에 신경을 쓰느라 이 사건을 소홀히 다뤘을 수도 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