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가 술렁이고 있다. 정기 인사철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올해는 조금 특별하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속에서 외교관들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높기 때문에 인사도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인식들이 퍼져있다. 8월 취임한 홍순영(洪淳瑛)장관도 공정한 인사와 잘못된 인사관행의 개선을 여러차례 강조해 왔다.
그러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외교부의 인사관행이 과연 바로 잡아질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아직까지는 회의적인 시각들이 지배적이다. 한 서기관의 개탄이다.
“모두들 워싱턴으로만 가려고 합니다. 인사대상자의 80%가 워싱턴을 제1지망지로 적어냈습니다. 워싱턴이 승진과 보직에 유리하고 워싱턴에서 밀리면 뉴욕의 유엔본부로, 설령 유엔본부에서 밀리더라도 제네바에는 떨어질 것이라는 이른바 ‘관행’ 때문입니다. 전문성은 뒷전입니다. 아무리 다자(多者)외교를 강조하면 뭘합니까.”
본부의 또 다른 중간간부의 체념어린 말이다.
“‘청비총’이라는 말을 아십니까. 청와대 비서실, 외교통상부 장관 차관들의 비서관, 그리고 인사 주무부서인 총무과 사람들이 노른자위 공관으로 나가는 외무부의 오랜 관행 말입니다. 이번에도 ‘청비총’우선관행이 바뀌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문제는 더 있다.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신설된 통상교섭본부에 직업외교관 출신보다 외국어에 더 능통하고 지역문제에 밝은 ‘인재’들이 많은 데도 이들은 외무공무원법에 묶여 해외근무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이러다 보니 아예 외무고시 제도를 없애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홍장관이 과연 ‘외풍’은 물론 이같은 ‘관행의 내풍’을 이겨내고 혁신적인 인사를 할 수 있을까.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김창혁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