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패러디 신문 ‘딴지일보’ 발행인, 김어준씨(30).
그는 이제 사이버 공간에서 어엿한 ‘권력자’다. 심심풀이로 만들었다는 그의 인터넷 신문에 매일같이 5만여명이 들락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총 조회건수 4백만.
‘힘있고 빽 있는 곳을 마구 쑤셔대는’ 딴지일보. 자작나무에서 책으로 나와 출간 두 달만에 20만부가 팔려나갔다. 3권 발간을 계기로 문화평론가 이주향교수(수원대 철학과)가 그를 만났다.
이교수는 딴지일보에 상당한 호감을 나타냈다. “성(性)을 빗대 사회적 터부를 깨부수는 솜씨가 놀랍다”며 “딴지일보는 ‘힘’에 기대고 그 자체가 ‘힘’이기도 한 기존 매체가 못건드리는 부분을 손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불을 가리지않고 쏘아대는 딴지일보. 하지만 DJ나 국민회의에 대해선 비교적 관대하다. 이때문에 안기부에서 자금을 지원받고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양비론 양시론은 역겨워요. 색깔이 있어야지요. DJ나 국민회의는 아직 ‘야당’이라고 봅니다. 수구(守舊)의 힘은 전혀 꺾이지 않았어요. ‘까는’ 데에도 다 순서와 차례가 있지요.”
아니나 다를까, 3권에서도 ‘수구’를 향해 가차없는 ‘똥침’을 날린다.
‘총풍(銃風)사건’은 북한 인민무력부 영화공작소와 ‘딴나라(!) 씨네프로덕션’의 남북(南北)합작영화 ‘이회창 일병 구하기’(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패러디)로 풍자된다. 월 스트리트 저널 기사를 입맛대로 인용했다는 모 언론인은, 있는 단어를 묵살하고 없는 단어를 해석해내는 ‘새로운 영문법 자습서’를 발간했다고 희화화된다.
PC통신 세대의 감각과 정서를 타고 가볍게, 가볍게 흐르는 딴지일보. 3권은 훨씬 내용이 다듬어지고 속이 찼다는 평. 하지만 여전히 황색 저널리즘의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대해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고 이교수는 거든다. “그동안 ‘주류’에 가려져온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데 의의가 있지요. 어떤 대안을 기대하는 건 무리예요. ‘비주류에게도 눈길을!’ 그것으로 족합니다.”
딴지일보도 처음 사이트를 열었을 때는 파리를 날렸다.
그 무명시절, 김씨는 궁리 끝에 인터넷 접속 사이트인 ‘야후’의 담당 팀장에게 E메일을 띄웠다. ‘당신을 딴지일보의 홍보 책임자로 임명함. 최선을 다해 홍보에 임하도록.’ 담당자로부터 곧 바로 답신이 날라왔다. ‘충성!’
이교수는 빙긋 웃으며, 바로 이 점이 ‘엄숙 경건한’ 기존 매체들이 흉내내지 못하는 딴지일보의 매력이라고 한다. “슬쩍 남의 발을 걸 듯, ‘딴죽’을 거는 그 장난기가 상큼하지 않나요?”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