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6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9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이 자리를 함께 하는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에 앞서 15일에는 베트남 트란 둑 루옹 국가주석과도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회의에서 각국 정상은 지역경제위기 극복과 21세기 공동번영을 위한 비전을 논의한다. 김대통령의 이번 방문으로 한국 베트남간의 관계증진 뿐만 아니라 ASEAN과의 획기적인 협력강화가 이루지기를 기대한다.
ASEAN은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유럽연합(EU) 남미공동시장(MERCOSUR)에 버금가는 큰 시장을 포괄한다. 동아시아 유일의 지역협의체로서 정치 경제적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고 성장 잠재력 또한 매우 크다.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 그리고 5억 인구의 거대시장을 바탕으로 독자적 경제 블록을 지향하면서 2003년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의 창립을 추진중이다. 우리나라에도 연 3백억달러가 넘는 교역시장이자 지난 한해만도 78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시장이다. 우리의 투자 또한 활발해 이 지역에 대한 투자규모는 해외 전체 투자액의 17%인 51억달러에 이른다.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세번째다. 이것이 우리가 ASEAN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우리는 베트남과 지난 92년 수교 이후 비약적 관계증진을 이룩했다. 우리 기업들의 직접투자 및 임가공 진출이 급증했고 작년 한해 교역규모만도 18억달러에 이르러 베트남의 제4위 교역국으로 발돋움했다. 거대한 잠재시장인 ASEAN 진출의 전진기지로서 베트남과의 경협 확대는 소홀히 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의 동남아 패권 각축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아직 중국 일본 미국자본이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나라가 베트남이기 때문이다. 양국간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대한(對韓)무역역조문제 해결에 주력하면서 구상무역과 직접투자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동남아지역과의 경제협력 및 통상확대를 간과해 온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동남아와 한국은 이제 경제위기의 동반탈출과 21세기 공동번영이라는 목표를 함께 설정할 수 있는 계기를 맞았다. 우리와 ASEAN과는 경제발전 단계에서 상호 보완관계에 있으며 교역확대 여지도 크다. 우선 중앙은행간 청산계정 개설, 구상무역 파트너의 선정 등을 서둘러 교역규모 자체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ASEAN국가들에 대한 수출과 해외투자를 연계하는 현지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펴나갈 필요가 있다. 아시아의 공동번영을 위해서는 ASEAN과 한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