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올해의 훈장수여자’ 중에는 후지오 마사유키(藤尾正行)전문부상, 에토 다카미(江藤隆美)전총무청장관, 나가노 시게토(永野茂門)전법무상 등 자민당 중진 3명이 포함돼 있다. 모두 ‘역사 왜곡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각료직에서 물러났던 공통점이 있다.
후지오는 86년9월 “일한(日韓)합방에는 한국에도 책임이 있다”는 폭언으로 물의를 빚은 뒤에도 주장을 고집했다가 이례적으로 파면됐다.
에토는 95년11월 “일본은 한국을 병합해 좋은 일도 했다. 일한합방조약은 무효가 아니다”는 발언으로, 나가노는 94년5월 “일본의 전쟁목적은 정당한 것이었고 일본의 패전으로 아시아의 이상은 실현되지 못했다”라는 발언 후 자진사임 형식으로 각료직에서 물러났다.
“군대위안부는 상행위에 참가한 사람”이라고 강변했던 오쿠노 세이스케(奧野誠亮)전국토청장관과 함께 ‘자민당 우익4인방’으로 불리는 이들은 수시로 ‘망언’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일본에서는 역사 왜곡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정치인이 이 때문에 다음 선거에서 떨어지는 사례가 없다.
오히려 최근 자민당과 자유당의 연립정권발족이라는 보수대연합을 계기로 우익성향 정치인의 영향력은 더 커지고 있다.
역사 왜곡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자민당 의원들은 올 7월 자민당총재 선거에서 파벌에 관계없이 가지야마 세이로쿠(梶山靜六)전관방장관을 지지했다. 가지야마 역시 ‘망언 4인방’보다는 덜하지만 구 일본군위안부를 ‘공창(公娼)’에 비유해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 중국은 “가지야마가 당선될 경우 중일(中日)관계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었다.
자민당과 다시 손을 잡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郎)자유당당수 역시 “일본의 교육은 반일교육”이라며 궤도수정을 요구했던 ‘매파 성향’이다.
‘망언 정치인’들은 11일 1백3명의 자민당의원이 발족시킨 비주류 연합모임 ‘위기돌파 개혁의원연맹’(대표 가지야마)에 가입했다. 이들은 가토 고이치(加藤紘一)전자민당간사장 등 기존 주류를 대체해 자민당 주류로 부상할 것을 꿈꾸고 있다.
이들이 자민당의 실세가 돼 일본정치를 좌우할 수 있을지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이들의 발언권이 커지면서 한국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은 훨씬 높아졌다. 일본의 지식인들조차 “일본에서 ‘과거사의 진정한 청산’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으며 실현 불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