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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회의 구상]9+1회담서 통상문제 거론

입력 | 1998-12-14 19:17:00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참석은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다. 작년 ASEAN 창설 30주년 기념 정상회의 때 당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초청받았지만 고건(高建)총리가 대신 참석했다.

이번 회의는 ASEAN 9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의 3개국이 이른바 ‘9+3’ 형식으로 정상회의를 가질 뿐만 아니라 ASEAN 9개국과 김대통령의 ‘9+1’회담도 예정돼 있다. 김대통령으로서는 대(對)ASEAN 관계 전반을 점검하고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핵심 이슈는 아시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아시아적 해법’. 김대통령은 지난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역설했지만 시장경제와 ‘개방적 지역주의’만이 해법임을 거듭 강조할 계획이다.

ASEAN국가들과의 ‘9+1’회담에서는 주로 통상문제를 집중 거론할 방침이다. ASEAN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에 이은 우리의 네번째 교역국가군(群)일 뿐만 아니라 작년 한 해에만 78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낸 주요 수출시장이기 때문이다.

ASEAN 정상회의 도중에 가질 베트남 트란 둑 루옹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및 레 카 퓨 공산당서기장과의 면담도 중요하다. 한―베트남간의 한 때 불행했던 과거를 정리하고 협력관계를 새롭게 다지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만찬에서 “양국 사이에 불행한 과거가 있었지만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자”는 말로 한국군의 월남전 참전문제를 정리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베트남과의 관계는 이번 회의에서 13개국(옵서버 캄보디아 포함) 정상들이 탈 승용차가 모두 대우의 체어맨 리무진으로 결정됐다는 사실에서도 상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대통령은 호치민묘소도 찾아 헌화할 계획이나 이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많은 파월장병이 호치민이 이끄는 베트콩과의 전쟁에서 숨졌기 때문에 굳이 묘소를 찾아가 헌화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김영삼전대통령도 96년 베트남을 방문했지만 호치민묘소를 찾지는 않았다.

한편 홍순영(洪淳瑛)외교통상부장관은 15일부터 시작되는 김대통령의 ASEAN정상회의 및 베트남 방문을 수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외교통상부가 밝혔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