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세계 최초로 ‘인간복제’의 바로 전 단계까지 수정란을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경희대의료원 불임클리닉 이보연(李普淵)교수팀은 최근 30대 여성의 난자에 이 여성의 체세포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4세포기까지 배양했다고 14일 발표했다. 4세포기는 자궁에 이식하면 출산 성공률이30∼40%에 이르는 단계.
이교수는 “미세 조작술로 난자의 핵(n)을 제거한 다음 난자를 싸고 있는 체세포인 ‘난구세포’의 핵(2n)을 떼어내 난자에 넣었다”면서 “이 수정란을 세포분열시켜 4세포기 배아단계까지 배양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교수팀은 93년 대한의학협회에서 정한 ‘인공수태에 대한 선언’ 중 ‘유전조작된 배아는 인간에게 이식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자궁에 이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시험성공은 ‘인간복제’의 금기영역을 깼다는 점에서 세계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외국에서 양 쥐 원숭이 등의 유전자를 조작해 복제한 실험과 동물의 난자에 사람의 체세포를 넣어 배양한 경우는 있었지만 사람의 난자와 체세포를 동시에 이용한 시험은 이번이 세계 최초. 세계 의학계에서 그동안 최소한 ‘공개적으로’ 이 시험을 하지 않은 것은 시험 자체가 ‘인간생명체’인 수정란의 희생을 담보로 한다는 윤리적 문제 때문이었다.
이교수는 “간 심장 등의 장기를 이식해야 하는 환자는 자신의 체세포로 필요한 장기를 선택적으로 배양시킨 후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으며 또한 불임남편의 체세포 핵을 떼어내 부인의 난자에 넣어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영동제일병원 불임클리닉 윤현수(尹賢洙)박사는 이에 대해 “생명체인 배아의 살상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인간복제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라고 말했다.
미국의 리처드 시드 박사가 양의 복제에 성공(97년)한 영국 로슬린연구소의 기술로 올해초 인간복제를 시도했다가 세계적으로 거센 비난과 항의에 부닥쳐 결국 이를 포기한 적이 있다.
유네스코 1백86개 회원국 대표들은 2일 인간복제를 금지하는 세계윤리규약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서울 마리아불임클리닉 박세필(朴世必)기초의학연구소장은 “이번 시험을 계기로 인간복제에 대한 국내 의료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성주·이나연기자〉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