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성여대 캠퍼스에서는 우산이 없어도 비를 맞을 염려가 없다.
붉은 벽돌의 아담한 건물들이 정교하게 계산된 동선(動線)으로 서로 이어져 있어 건물을 통해 어디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명한 건축가 제임스 패덕이 설계한 캠퍼스는 북한산 봉우리를 배경으로 깔끔하고 세련되게 자리잡고 있다.
76년 한국 건축가협회가 주는 ‘아름다운 건물상’을 받았을 정도다.
덕성여대는 대학본부가 교내 중앙에 위치하고 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캠퍼스 중앙에는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학생회관과 도서관이 자리잡고 있다.
행정을 담당하는 대학본부는 빠르고 효율적인 행정서비스를 위해 정문 수위실과 바로 맞닿아 있다.
이같은 건물배치는 학생들에 대한 배려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덕성여대는 지금 ‘21세기를 슬기롭게 살 수 있는 미래지향적 여성’을 배출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단법인 덕성학원은 3·1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1920년 여성 독립운동가 차미리사(車美理士)여사가 설립한 근화학원이 모태다. 근화학원은 38년 덕성학원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덕성학원은 50년 송금선(宋今璇)박사를 초대 학장으로 하는 덕성여대를 설립했다.
‘민족의식 고취와 여성의 삶을 풍요롭게’를 모토로 설립된 덕성여대는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교육이념을 ‘민족에서 세계로’ 확대했다.
교육목적은 지적 능력과 인격을 겸비한 세계시민의 양성이다.
국제화 개방화 정보화로 복합적인 능력이 요구되는 새로운 시대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다면적인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도입한 것이 학부제. 보다 폭넓고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다.
장학금과 해외유학제도 등 지원사업도 활발하다. 덕성여대는 5개 단과대학과 2개 대학원이 있으며 5천2백명의 학생에 교수가 1백45명이다.
▼학생중심의 토론식 자유교육〓학생들이 폭넓은 문화적 소양을 기르고 창의력을 기를 수 있도록 토론식 세미나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학생들은 전학년 동안 5개 이상의 교양필수 세미나식 교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수강인원은 한 반에 20명 미만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교수와 학생간 1대1 토론식 수업도 진행된다. 신입생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전략’ 등 다양한 토론식 과목이 준비돼 있다. 학생들이 학기마다 교수 강의를 평가한다.
▼효율적인 학부제〓95년부터 학부제를 시범운영하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했다. 졸업요건으로 한가지 전공을 심도있게 공부하면서 전공외에 1개 이상의 부전공 또는 복수전공을 하도록 하고 있다.
학생들이 입학 계열에 상관없이 폭넓은 제2전공 또는 부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행정시스템을 도입했다. 전체 전공시간표를 그룹별로 나누어 계열별 전공시간표가 서로 겹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제화 정보화에도 초점을 맞춰 영어와 한문은 물론 제2외국어도 필수로 배워야 한다.
정보화시대의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 1학년 전교생이 ‘컴퓨터 기초와 활용’‘멀티미디어와 인터넷’을 필수로 배우도록 하고 있다.
▼장학금제도〓1년간 3천1백37명이 장학금을 받아 장학금 수혜자 비율이 전교생의 63.4%나 된다. 장학금 종류는 입학성적우수장학금과 각종 외부장학금 등 39종 이상이고 장학금 지급액은 연간 23억원이 넘는다.
▼교환학생과 해외유학장학제도〓미국 웨스터민스터칼리지 등 해외 14개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미국의 대학들을 중심으로 재학기간 중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 자매대학에 1년간 보내 공부하도록 하는 교환학생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왕복항공권과 등록금 일부를 지원한다.
재학생과 졸업생 중에서 성적우수자를 공개 선발해 미국 일본 유럽 중국에 유학을 보내주는 해외유학생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석사 또는 박사 과정 2년 동안 등록금과 생활비는 물론 항공비도 지원한다.
▼콘도미니엄식 기숙사〓88년 국내 최초로 콘도미니엄식 기숙사를 건립했다.
기숙사에는 전기오븐 전자레인지 냉장고 싱크대 식탁이 구비된 주방까지 갖춰져 있어 학생들은 스스로 취사를 할 수 있다.
방 8개마다 거실과 주방 1개씩이 연결되어 있다. 기숙사에서 식사를 하지 않을 때는 학생식당을 이용한다.
기숙사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다. 수용규모는 1인실 1백1개, 2인실 1백24개로 모두 3백49명을 수용할 수 있다.
시설수준도 ‘특급’이다. 학생 개인별로 책상 책꽂이 옷장 침대 세면대가 있고 방마다 개인전화가 설치돼 외부와 자유롭게 연락을 취할 수 있다. 각 층은 고급자재를 사용한 인테리어로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독서실 세탁실 비디오실 체력단련실도 갖춰져 있다.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