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뺀다고 해도 어디 넣어둘 곳이 있나요.”
16일 대신증권 서울 명동지점을 찾은 김모씨(36). 열흘 전 은행예금 3천만원을 찾아 그중 절반으로 ‘잘 나간다’는 증권주와 건설주를 샀다. 15일 ‘올데까지 온 것 같다’고 판단, 모두 팔아치웠다. 김씨가 매도한 6종목중 5종목이 16일 하한가를 맞았다. 매도시점을 잘 잡아 수수료와 세금을 빼고 5백만원쯤 벌었지만 여전히 조마조마하기만 하다. 16일 주가가 급락했어도 다른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그는 증시를 떠나진 않는다. “증권사 계좌에 돈을 넣어두고 있다가 때를 보아 다시 주식을 사야죠.”
▼후퇴없는 ‘개미군단’〓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기는 돈(고객예탁금)이 이달들어 하루 평균 1천7백억원씩 늘고 있다.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의 돈. 기관투자가들도 유입규모에 놀라고 있다. 16일에는 증가세가 약간 주춤해 5백억원 가량이 더 들어온 것으로 추정됐다.
개인투자자들을 증시로 몰리게 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저금리. 은행 이자는 세금 빼고 연 6∼7%로 떨어졌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그렇다고 부동산에 투자하기엔 가진 돈의 규모가 작고 부동산 시세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는 상황이어서 증시로 돈이 몰리는 것.
▼‘아차’하면 하한가〓16일 증권주와 건설주는 대부분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했다. 하한가에 내놓아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팔리지 않은 종목이 속출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기업실적이 좋아진 게 아니고 금리인하로 갈 곳없는 뜨내기 돈이 몰려 주가가 급등한 것이기 때문에 주가가 내릴 때 하락속도가 엄청나다”며 “친구따라 강남가는 식의 추격매수는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폭 전망 엇갈려〓증권사 분석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은 ‘조정후 상승’이다. 그러나 조정과 상승의 폭에 대해서는 대부분 자신없어한다.
LG증권은 연내에 종합주가지수가 510∼520까지 빠졌다가 내년초에 다시 상승해 650∼700선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기업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금융장세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쌍용투자증권 관계자는 “금융장세에서는 자금유입이 얼마나 지속되는지를 잘 살펴야 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재기자〉y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