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없는 굴에선 여우가 왕?’
방콕아시아경기 출전으로 팀당 11∼12게임을 빠졌던 프로농구 출신 국가대표들이 23일부터 합류한다. 이들의 공백기간동안 주전 자리를 꿰찼던 식스맨. 이들은 지금 감독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주전들이 빠진 ‘변칙운영’에서 한 몫을 해내 감독에게 신뢰를 쌓은 선수가 있는가 하면 ‘우려’가 그대로 ‘현실’로 나타난 경우가 있기 때문.
대표적으로 감독의 기대에 부응한 선수는 기아엔터프라이즈의 표명일(23). 주전 가드 강동희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넓은 시야와 피딩능력을 뽐내며 팀이 2위를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상민과 추승균의 공백으로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됐던 현대다이냇도 유도훈과 박재현, 김재훈의 선전으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포인트가드 유도훈은 전경기에서 평균 37분을 뛰며 자유투 성공률 95.8%로 1위에 올랐다. 박재현과 김재훈도 추승균의 공백을잘막아주었다는평가.
그러나 이들은 1라운드 후반에 들면서 체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현대가 3연패에 빠지며 중위권으로 추락한 것도 이때문. 결국 이들은 올 시즌 남은 경기에서 경기당 10분내외만을 책임지는 본래 ‘식스맨’ 위치로 되돌아갈 공산이 크다.
식스맨의 활약이 가장 컸던 팀은 삼성썬더스. 삼성이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문경은의 공백이 커보이지 않았다는 점. 3년차 노기석과 루키 김택훈이 번갈아가며 빈 자리를 채워냈다. 이들은 공격력은 문경은에 미치지 못했지만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로 팀분위기를 살리는데는 문경은보다 오히려 더 큰 활약을 해냈다는 평가.
이밖에 부상당한 LG세이커스의 박재헌을 대신한 박훈근과 블록슛 16위의 기아 조동기, 들락날락하던 지난 시즌과 달리 전경기를 소화하고 있는 LG박규현 등은 앞으로도 주전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전 창기자〉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