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악한 인간은 거짓말탐지기도 속일 수 있다.’
독일 연방대법원의 게하르트 쇠퍼 주심판사는 17일 “인간은 거짓말탐지기도 속일 수 있기 때문에 거짓말탐지기의 조사결과를 재판의 증거로 채택할 수는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거짓말탐지기의 증거채택을 금지하고 있는 54년 판례를 재확인한 것.
쇠퍼판사는 거짓말탐지기가 신뢰할 수 없으며 과학적 근거도 약해 형사재판의 판결을 좌우할 증거로 삼기에는 부적합하다고 판시했다.
독일에서 거짓말탐지기가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범인임이 거의 확실한 혐의자가 유독 거짓말탐지기에 의해서만 ‘무죄’로 나타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 2명의 독일인은 아동 성학대 혐의로 만하임과 켐프텐 지방법원에서 각각 3년과 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는 무죄로 나오자 이를 증거로 인정해달라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거짓말탐지기는 혈압 호흡 피부변화 등 시험 대상자의 무의식적 반응을 통해 진술의 진위를 가려내는 장치. 그러나 이번에 법원에 의해 인간의 속마음을 100% 가려내기는 어렵다는 판정이 내려진 것.
독일과는 달리 미국은 거짓말탐지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베를린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