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탄핵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이라크에 대한 공격시기를 조절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그가 실제 발표한 것보다 이틀 앞서 국방부에 이라크 공습준비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지는 18일 익명의 관리들의 말을 인용, 클린턴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머무르고 있던 13일 국방부에 72시간 후 공격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극비명령을 하달했다고 보도했다. 미군은 실제로 72시간 후인 16일(미 현지시간) 이라크 공습을 개시했다. 뉴욕타임스는 클린턴대통령이 이날 리처드 버틀러 유엔무기사찰단장으로부터 유엔에 제출할 보고서 내용을 통보받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는 공습 하루 전인 15일 버틀러단장의 보고서가 유엔에 제출된 뒤 이라크 공습을 결정했다는 미 행정부의 설명과 다른 것이어서 공격시기 결정을 둘러싼 논란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는 클린턴대통령이 버틀러단장의 보고서를 공식적으로 받은 것은 15일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공군 1호기 내에서였으며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및 5,6명의 의원과 협의 한 뒤 최종적인 공격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클린턴은 당시 하원 탄핵표결 전날 군사공격을 감행하는데 따른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기내에 함께 있던 의원들에게 의견을 구했으며 결국 의회와 국민의 ‘오해’를 살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편 버틀러단장은 클린턴대통령에게 탄핵표결을 연기할 수 있는 구실을 주기 위해 보고서 제출시기를 고의적으로 짜맞췄다는 주장에 대해 “이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