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정권교체 1주년을 맞아 공동정권의 명운과 관련해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정권교체 1주년기념식에서 공동정권의 두 주역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는 최대 정치이슈인 내각제개헌을 놓고 한자리에서 처음으로 ‘하고싶은 말’들을 했다.
김대통령은 내각제개헌에 대한 ‘속내’를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냈다. 그의 기본인식은 한마디로 “현재 개헌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김대통령의 “시기조절이 필요하다”는 언급은 자신의 의중을 내비친 것이라는 데에 이론이 없다. 전후 맥락을 종합하면 김대통령의 발언은 “머지 않아 김총리와 논의해 개헌시기를 정하되 예정(99년말)보다 늦출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이는 최근 김총리와 자민련 일부중진들이 강도높게 내각제개헌약속의 이행을 촉구함으로써 양당간 갈등이 빚어진데 대해 ‘말을 삼가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내각제 문제가 두 여당간 논란거리로 등장하고 그래서 국정개혁에 장애가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김총리는 김대통령에게 ‘약속이행’을 거듭 강도높게 촉구했다. 김대통령이 밝힌 ‘시기조절’의 필요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김총리가 “신의를 잃으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다” “우리 헌정사가 대통령의 불행사가 된 것은 과욕때문이다”고 한 것은 김대통령에게 ‘결별불사’의 메시지를 보낸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이 때문에 정가에서는 “김총리가 너무 심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없지 않다.
이날 발언으로 두사람 사이의 개헌시기 상황인식에 상당한 균열상이 드러났다. 그런면에서 보면 이날 행사는 ‘DJP연합’의 장래를 가름할 하나의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날 대회에 대한 양당의 반응도 대조적이다. 국민회의는 김대통령의 ‘교통정리’로 자민련의 내각제공세가 주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자민련은 ‘이제부터’라는 반응이 주류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