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한파로 법원경매에 나온 물건의 낙찰가율이 감정가의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3, 4차례 입찰이 진행돼도 나서는 응찰자가 없어 낙찰가율(감정가대비 낙찰가 비율)이 점점 낮아지면서 8월 이후에는 감정가의 50%대로 추락했다.
▼낙찰가가 떨어졌다〓지난해 법원경매의 평균 낙찰가율은 74%였고 아파트는 평균 85%의 높은 낙찰가율을 유지했다.
올해 들어서는 1월에 70%로 떨어진 후 2∼7월까지 60%대에 머물다가 8월 이후에는 50% 대로 다시 추락했다.
아파트는 1월까지 80%대를 유지했으나 이후 급락해 6월에는 68%로 떨어졌다. 이같은 낙찰가율 하락으로 경매컨설팅 업체 일감이 줄어들면서 도산하는 업체가 크게 늘었다.
▼매물이 급증했다〓지난해 월평균 경매물건은 6천5백개 정도였으나 올해 들어서 큰 폭으로 늘어나 11월에는 무려 3배에 가까운 1만6천여건에 달했다.
이런 물건중에는 부동산으로 급성장한 청구그룹 장수홍 전 회장, 나산그룹 안병균 전 회장, 한보그룹 정원근 전 회장 등이 소유했던 주택과 부동산이 끼어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나산그룹 안전회장 소유 서울 종로5가 근린상가는 감정가 49억4천4백80만원에 경매에 부쳐졌으나 4번이나 유찰되면서 최저경매가가 20억2천5백만원 수준으로 떨어져 다음달중에 재입찰될 예정이다.
▼세입자가 집주인된다〓은행융자금이나 전세금 등을 갚지 못한 주인들의 집이 경매에 부쳐지자 세입자들이 직접 경매에 참가해 새로운 집주인이 되는 경우가 속출했다.
확정일자를 받은 세입자나 소액세입자들은 전세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낙찰대금에서 배당받을 수 있어 그만큼을 상계처리하면 자금부담이 적어진다.
▼99년 전망〓내년 하반기 이후 부동산경기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경매시장을 찾는 발길이 다시 늘고 있다.
법원경매에서 섣부르게 물건을 고르다가는 손해볼 가능성이 높다. 아파트의 경우 시세대비 낙찰가격이 90%를 넘으면 포기하는 것이 낫다. 아파트를 제외한 다른 경매물건은 경쟁률이 낮은 편이므로 감정가의 절반선 정도에서 구입하는 게 좋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해제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대지나 농가주택은 내년에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