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직선주로. 방콕 근교 아유타야 평원의 늪지대에서 솟아오르는 뜨거운 김. 오전 7시(한국시간 오전 9시)에 출발했지만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살인적인 무더위.
일본의 마나이 아키라가 한 발짝 뒤에서 무서운 기세로 따라붙었다. 그러나 이봉주(28·코오롱)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승부처는 27㎞지점. 감기 몸살로 대회 출전조차 불투명했던 김이용(25·코오롱)이 이 지점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선두그룹을 끌어준 뒤 뒤로 처졌다. 그러자 이봉주(코오롱)가 기다렸다는 듯이 선두로 박차고 나왔다.
결국 38㎞지점에서 마나이를 1백m 이상 따돌려 선두를 확정지은 이봉주는 티마삿대학 주경기장에 운집한 한국 응원단의 태극기 물결속에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한국이 종합2위를 되찾은 방콕아시아경기의 피날레를 장식한 이봉주. 이로써 한국 남자 마라톤은 90년 김원탁, 94년 황영조에 이어 대회 3연패의 금자탑을 쌓았다. 96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봉주의 기록은 2시간12분32초. 2위 마나이는 2시간13분25초, 3위인 98베이징마라톤 챔피언 김중원(북한)은 2시간16분30초.
10일 방콕 도착후 독감에 걸렸던 김이용은 37㎞지점에서 기권했지만 27㎞지점까지 이봉주를 잘 이끌어 대회 3연패의 숨은 주역으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방콕〓김화성기자〉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