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출한 규제개혁 등 각종 법률개정안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이익단체나 업계의 집중적인 로비 등으로 기본 입법취지마저 변질되는 등 기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규제개혁의 원칙과 본질을 훼손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21일 국무회의에서 정해주 국무조정실장과 김홍대(金弘大)법제처장은 “이익단체의 로비와 부처간의 시각차로 일부 법률안은 거부권행사를 검토할 정도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처장은 특히 “예산의 뒷받침 없이는 성립될 수 없는 법안이 제안되는가 하면 각 부처 업무를 서로 상충되게 하는 법안이 제안되는 경우도 있다”며 “문제법률안이 일단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면 대단히 어려움이 많아지므로 각 부처들은 미리 대처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가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국회는 △볼링장 테니스장 등을 신고업종으로 유지하고 △직장체육시설 설치의무 및 생활체육지도자 배치의무를 규정하는 한편 △체육 수련시설의 보험가입 의무규정을 존치하는 등 폐지예정 규제를 그대로 남겨둔 채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것. 이는 진입규제나 가입의무 등 폐지로 인해 기득권을 위협받는 체육시설업자나 관련 단체 및 업계의 로비에 의원들이 규제개혁 후퇴를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측의 분석이다.
또 규제개혁위의 핵심사안인 각종 사업자단체 개혁과 관련해 단체의 로비가 극심해 대부분 심의가 보류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공인회계사법 세무사법 관세사법 개정안에 대해 재경위 소속 야당의원들이 반대청원을 제출했고 법호사법 개정안은 아직 제출조차 되지 않고 있다.
규제개혁위 관계자는 “세무사회장 관세사회장을 지낸 재경위원들이 사업자단체의 이해를 노골적으로 대변하는 사례도 있다”며 “특히 대부분의 단체가 ‘변호사법은 왜 빠지느냐’며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부처 관료들은 지금까지 쥐고 흔들던 규제가 폐지될 경우 자신들의 권한, 나아가 자리가 없어질 것을 우려해 관련 단체들을 부추기는 경우도 없지 않다”며 “관료들의 역(逆)로비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