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단 운영도 재벌그룹의 대리전 양상을 띤다. ㈜두산회장인 박용오총재가 이끄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현대 유니콘스의 힘겨루기가 단적인 예다.
박총재는 1일 구단주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그러나 실상은 현대가 LG에 투표권을 위임한 채 불참한 상태였다.
문제는 2라운드. 박총재는 18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모임에서 “쌍방울의 연고지를 전주에서 수원이나 성남으로 옮기는 것이 관중동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가 현대측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KBO와 현대가 이처럼 볼썽 사나운 싸움을 벌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밥그릇 싸움’이다.
박총재와 현대는 신임 총재직을 놓고 물밑 경합을 벌였던 사이. 여기에 박총재측은 지난달 총재대행과 OB구단주직을 내놓는 우여곡절을 겪은 앙금이 남아있는 상태다.
현대도 불만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취임후 첫 사업으로 양대리그제를 관철시킨 박총재가 기존 지역연고제를 도시연고제로 바꾸려고 하자 현대로선 피해의식이 생긴 것이다.
인천 경기 강원지역을 텃밭으로 하고 있는 현대로선 쌍방울이 경기지역에 뛰어들 경우 관중을 뺏길 것을 염려한 때문이다.
이에 KBO측도 당혹스러웠던 모양이다. KBO는 “총재의 발언은 사적인 의견을 밝힌 것이지 총회에서 의결된 사항은 아니다”며 불끄기에 나서고 있다.
모쪼록 KBO와 현대의 지혜로운 결단을 기대해 본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