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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으로 보는 세상]유럽패션계 가톨릭 바람

입력 | 1998-12-21 19:34:00


성모상이 그려진 비키니 수영복, 중세 수도사들이 입었던 두건달린 외투모양의 코트….

요즘 유럽패션계에 가톨릭 바람이 불어 근엄한 성직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80년대에도 미국의 팝가수 마돈나의 영향으로 십자가 장신구가 유행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정도가 훨씬 심하다.

영국 디자이너 데이비드 터브는 최근 열린 신작발표회에서 성모 마리아가 그려진 비키니를 선보였고 프랑스 디자이너 에릭 베르제르의 패션쇼에는 수녀복을 입은 모델들이 그레고리안 성가에 맞춰 등장했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돌체 앤 가바나의 티셔츠에도 한쪽 눈을 질끈 감은 성모 마리아의 얼굴이 들어있다. 옷뿐만이 아니다. 파리의 패션잡화전문점 콜레트부티크는 십자가와 예식용 촛대가 그려진 방석 침구 컵세트 도자기 등을 판매하고 있다.

갑자기 가톨릭 바람이 유럽 패션계를 휩쓰는 배경은 무엇일까. 프랑스 주교회의 대변인인 올리비에 드 라 브로스 신부는 세기말적 징후에서 원인을 찾는다. 인류를 이끌어 줄 위대한 사상은 자취를 감추고 날로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이 종교에서 위안을 찾는다는 것이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