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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풍수사]검사실 도청소동, 해프닝으로 결론

입력 | 1998-12-21 19:34:00


판문점 총격요청 수사과정에서의 ‘도청’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9일 서울지법에서 열린 이 사건 2차공판에서 장석중(張錫重·48·구속중)씨의 변호인인 정인봉(鄭寅鳳)변호사는 도청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정변호사는 장씨에 대한 신문에 앞서 “10일 한 TV방송사가 저녁 8시 톱뉴스로 ‘총풍사건 수사검사실에서 도청기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며 “만일 그 도청기를 북한이 설치했다면 엄청나게 심각한 일이고 안기부가 설치했다면 검찰수사가 안기부에 의해 조종됐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도청과 이 사건이 무슨 관련이 있느냐”며 정변호사의 발언을 제지해줄 것을 재판장에게 요청했다. “문제의 보도가 오보다”고 정면으로 부인하지는 않은 셈.

검찰 주변에서는 아직도 이 도청소동의 ‘실체’를 둘러싸고 갖가지 추측이 나돌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검찰 관계자들로부터 확인한 도청소동의 진상은 이렇다.

12월4,5일경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부근의 정보기관 안테나에 이상한 발신음이 잡혔다. 추적 결과 공교롭게도 발신음은 서울지검 총풍사건 수사 검사실에서 나온 것이었다.

정보기관에서는 바로 검찰에 이 사실을 알렸다. 검찰은 혹시 외부에서 소형 도청기를 설치해 수사상황을 도청한 것이 아니었나 해서 긴장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해프닝’으로 드러났다. 수사검사가 총풍사건 피고인을 조사하면서 소형 전파발신기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검사는 피고인이 자꾸 말을 바꾸자 이를 녹음해뒀다가 추궁하기로 하고 녹음을 시도했다. 그런데 녹음기가 보이면 피고인이 진술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인 듯 녹음기를 옆방에 두고 검사실 책상 밑에 소형 전파발신기를 설치했다.

피고인의 진술은 전파발신기를 통해 옆방 녹음기로 발사되면서 정보기관의 안테나에 잡혔다.검찰은 이 사건 직후 부부장 이상 간부실의 도청기 설치 여부를 정밀 검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을 조사하면서 녹음하거나 촬영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며 “별 것 아닌 사건이 와전돼 의혹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한편 검사출신 변호사는 “이같은 내용이 사실일 경우 피고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녹음한 것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준우·부형권기자〉ha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