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좁은 상가변 도로에는 주차선이 선명히 그어져 있지만 차를 세우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분명히 공공시설물인 도로의 일부분인데 일부 업소주인은 ‘내 땅’으로 간주하며 장애물을 잔뜩 설치해 놓는다.
올해로 한국생활 19년째다. 이런 풍경과 이를 묵인하는 한국사람들의 의식은 아직도 낯설다. 주차공간에 차를 못 세우게 막는 행위를 왜 단속하지 않는 것인지…. 아예 주차공간을 설치하지 말든지 아니면 미국뉴욕시처럼 ‘타임체크기’를 설치해 주차요금을 부담케 하든지…. 시민 편익을 고려하는 행정이 아쉽다.》
마이클 마이어즈(한국명 마영수·馬永修·38·경기도지사 외교담당비서관)
21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 일대 유흥가. 2대가 간신히 비켜 나갈 좁은 도로에는 주차선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업소간판 철제의자 콘크리트덩어리 ‘주차금지’ 팻말 등 각종 방해물이 즐비해 주차를 할 수 없다.
김모씨(34·회사원)가 B식당 앞 빈 공간을 발견하고 주차를 시도했다. 그러자 식당 주인이 쫓아나와 제지한다.
“식당 코 앞에 차를 세우면 어떻게해요.” “여기는 시민 주차공간이지 이 업소 전용주차장이 아니잖아요.”
한참 승강이 끝에 결국 김씨가 차를 뺀다. 얼굴에는 불쾌함이 역력했다.
근처 노점상 윤모씨(46·여)는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이런 다툼이 매일 벌어진다”고 말했다.
수원시가 이 일대에 주차공간을 설치한 것은 95년말. 이런 ‘주차방해’행위는 도로법에 따라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되어 있지만 실제 단속은 거의 없다.
외국의 경우 도심 주차공간에는 자동요금징수기를 설치해 규정시간이 지난 차량에 대해서는 스티커를 발부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부지역에만 설치가 되어 있다.
수원시 교통행정과 김동수(金東洙·34)씨는 “중심상업지역부터 주차공간을 유료화할 계획이지만 주택가 이면도로 같이 이해관계가 엇갈려 민원이 많은 곳은 선뜻 고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성숙한 자동차문화, 상식에 기초한 양보의 미덕이 제도개선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수원〓박종희기자〉parkhek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