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선임을 둘러싸고 43일간 계속된 조계종 분규가 경찰력 투입으로 일단락됐다.
경찰은 23일 새벽 6천여명의 경찰력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 전격적으로 투입, 11일 서울지방법원이 내린 퇴거 명령에도 불구하고 총무원 청사를 불법 점거해온 조계종 정화개혁회의측 승려 63명과 신도 등 88명을 강제 해산했다.
이날 오전3시부터 조계사 주위를 차단하고 진압작전을 개시한 경찰은 오전 9시반경 경찰 특공대와 물대포 포클레인 불도저 사다리차 등 중장비를 투입했다.
정화회의측 일부 승려들은 경찰에 맞서 청사 2층에 불을 지르고 자해 할복소동을 벌이는 한편 화염병 음료수병 가스통 집기 돌멩이 등을 던지며 극렬하게 저항했지만 30여분만에 완전 진압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사다리차를 이용해 총무원 옥상으로 진입하던 경찰 특공대 전병주경장(27) 등 4명이 사다리차가 뒤집히는 바람에 20여m 아래로 떨어져 중경상을 입었으며 중앙일보 사진기자 변선구씨(30)와 승려 등 15명이 다쳤다.
또 총무원 청사 1층이 크게 부서졌으며 유리창 1백여장이 깨지고 집기 대부분이 불에 타는 등 수천만원대의 재산 피해를 냈다.
경찰은 이날 연행자를 모두 형사입건하는 한편 특히 폭력으로 맞선 일부 승려와 신도, 그리고 지난달 30일 정화회의측이 연 승려대회에서 폭력을 휘두른 승려 신도들에 대해서는 공무집행방해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 투입후 총무원 청사를 접수한 도법(道法)총무원장 권한대행은 기자회견에서 “29일 예정대로 총무원장 선거를 치르고 26일로 예정됐던 범불교대회는 총무원이 안정된 이후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력 투입으로 조계종 사태는 일단락됐으나 정화회의측이 지방 사찰‘접수’를 시도하는 등 총무원장 선임을 둘러싼 내분과 진통은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훈·권재현·선대인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