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법 제21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국민이 공익을 위해 감수해야 하는 재산권침해의 범위를 처음으로 명확히 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헌재는 그린벨트제도 자체가 공익을 위해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토지소유자의 희생이 어느 정도는 불가피하다고 전제했다. 그린벨트 지정으로 지가의 하락이나 상대적으로 낮은 지가상승과 같은 피해는 공익을 위해 소유자가 감수해야 하는 범위에 속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같은 피해는 형평성에 문제가 있더라도 정부가 세금감면 등 다른 정책으로 소유자의 ‘불만’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그린벨트 지정이나 그에 따른 토지재산권의 제한 자체가 잘못됐다는 식의 주장을 뿌리친 셈이다.
그러나 헌재는 그린벨트로 지정돼 토지를 전혀 사용할 수 없게 된 경우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보상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익을 위해 개인의 재산권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논리다.
구제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된 것은 건물이 전혀 지어지지 않은 나대지와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된 땅이다.
한편 헌재는 이번 결정으로 정치적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89년에 제기된 이 사건을 “너무 민감한 사안이다” “파급효과가 너무 크다” 등의 이유로 미뤄왔다. 헌재는 내부적으로 이번 내용을 3년전에 합의하고도 결정을 내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대중(金大中)정부가 들어선 뒤 여당 주도로 그린벨트에 대한 법개정작업이 이뤄지자 헌재가 서둘러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헌법불합치법 규정의 위헌성이 드러나도 위헌결정을 내릴 경우 그날부터 그 규정의 효력이 상실돼 생기는 법적 혼란을 막기위해 관련법이 개정될 때까지 법적 효력을 인정해주는 헌법재판소의 변형(變形)결정 중 하나. 이 결정이 내려지면 국회와 행정부는 헌재가 제시한 기간까지 해당 법률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
〈조원표기자〉cw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