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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기업 파워포인트 12]모토롤라,불량원인 완벽제거

입력 | 1998-12-24 19:28:00


모토롤라의 한국 판매법인 모토로라반도체통신에 3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모과장은 컴퓨터로 서류를 작성할 때면 자신도 모르게 바짝 긴장을 한다.

혹시 빼먹은 글자가 없는지, 줄 간격은 일정한지, 문단 구분은 잘했는지 몇번씩 확인을 거친 다음에야 작업을 마친다. 입사 초기 때의 실수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기 때문.

당시 결재 서류를 작성하면서 그는 무심결에 한 군데의 줄 간격을 다른 곳보다 넓게 작성했다.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였지만 상사는 용케 실수를 집어냈고 김과장은 다시 서류를 만드느라 종이를 허비했다는 이유로 싫은 소리를 들어야 했다.

사소한 실수 하나 때문에 며칠이나 훈계를 들은 이유는 모토롤라의 ‘6시그마운동’을 어겼기 때문.

모토롤라가 87년 처음 채택한 6시그마운동은 ‘모든 착오와 결점은 반드시 고쳐야 하며 불필요한 요소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말로 요약된다.

우선 제조부문에서는 ‘불량률 최소화’. 통계학 용어인 시그마를 응용한 6시그마는 제품 1백만개당 3.4개의 불량품만 허용한다는 의미. 책 10만권 가운데 1개의 오자만을 허용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이를 위해 각 공정별로 구성된 품질개선팀이 불량률의 상한선을 표시해두고 지키지 못한 사람은 개선대상으로 분류해 시정될 때까지 매일 검사를 반복한다.

제조부문뿐만이 아니다. 김용우이사는 “모든 직원은 각자 맡은 업무에서 ‘불량률’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불량률 최소화는 고객 입장에서 자신의 일을 평가해보고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고객은 모토롤라 제품의 소비자뿐만 아니라 자신의 일과 관련있는 내부 직원까지 포함한다. 예컨대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명령할 때 어떻게 해야 부하직원이 명령의 요지를 빨리 파악해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지 생각해본 다음 명령을 내리는 것.

6시그마운동은 ‘내 일은 내가 책임진다’는 책임감의 확산으로 연결됐다. 또 회사측이 말단 직원에게까지 업무 처리의 자율권을 대폭 부여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크리스 갈빈 회장이 즐겨 쓰는 말은 “허락을 받거나 용서를 구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 담당자만큼 일을 잘 아는 사람이 없으므로 불필요한 단계를 거치면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지 말고 자율적으로 책임지고 일을 처리하라는 얘기다.

6시그마운동의 효과는 엄청난 비용절감으로 나타났다. 모토롤라는 지금까지 1백억달러 이상의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