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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제, 영업팀 『좋지요』 지원팀 『글쎄요』

입력 | 1998-12-27 19:38:00


《 프로야구단을 찾는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하반기, IMF체제 시작 바로 전부터. 연봉제의 도입을 앞두고 16년 연봉제의 역사를 자랑하는 프로야구단으로부터 ‘한 수’ 배우기 위해서였다. OB베어스 경영관리팀 이운호과장. “최근 1년간 10여개 업체에서 자문을 구해왔다. 그러나 큰 도움은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대기업 계열사로 지난해 11월 연봉제를 도입한 A사를 중심으로 연봉제의 현단계를 점검해 본다.》

▼ 좋다

영업팀 문대리(32). 예년같으면 승급에 따라 임금 인상폭이 2,3%에 그쳤겠지만 내년 연봉은 15% 인상됐다. “만족한다. 하지만 인상폭상한선 15%만 없었어도 50%이상 더 받을 수 있었는데….”

▼ 싫다

총무팀 박대리(31)는 새해에는 연봉이 10% 깎이게 됐다. “열심히 했다. 그러나 업무의 특성상 실적이 눈에 띄지 않았고 상사와 관계가 불편해 불이익을 받은 것 같다. 심각하게 장래를 고민중이다.”

▼ 희생번트는 있다

프로야구 주전선수라면 박대리와 같은 일로 ‘억울’해질 구석이 없다. 선수출신의 전문기록원이 관중석에 앉아 선수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수치화하기 때문. 3루수 김△△. 1회초 안타(+5점), 도루성공(+5점), 2회말 호수비(+10점), 3회초 희생타 1타점(+5), 3회말 수비에러(-10), 7회초 역전 투런 홈런(+30)…. 구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선수의 고과는 90%이상 객관적 ‘숫자’가 결정하고 평가항목은 1백70여개에 이른다.

▼ 희생번트는 없다

최근 영업팀에서 기획팀으로 옮긴 윤대리(32)는 입사동기인 후임자에게 업무 인계를 ‘대충’ 하고 자신의 노하우는 철저하게 감췄다. “연봉제 사회다. 스스로 노하우를 쌓아야 하는 게 아닌가?내가 희생타를 쳐도 칭찬은 홈을 밟은 사람의 몫이다.”

▼ 인사팀의 고민

인사과 이과장. “연봉제 도입 초기에 조직력과 사원들간의 정보교류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으며 1년이 지난 지금은 IMF체제탓도 있겠지만 회사의 경영상태도 크게 좋아지지 않았다.” 연봉제 도입후 만연한 개인주의, 객관적 평가기준이 없는데서 오는 불안감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게 이과장의 분석. “회사가 잘돼야 순이익이 오르고, 개인의 몫도 많아지는 게 연봉제의 원리인데 단번에 이 시스템에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다. 평가기준이 모호한 일부 지원부서에서는 오히려 의욕이 떨어지는 모습도 보였다.”

반대로 평가기준이 뚜렷한 영업부문의 일부 사원들은 문대리와 같이 오히려 연봉제의 확대실시를 주장하는 등 부서간의 분위기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 팀장의 역할

연봉제 도입 후에도 고과기준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다만 팀장과 상의해 정한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느냐로 평가하는 고과제도가 도입됐고, 팀워크의 저하를 우려해 △성실성 △자기계발노력 △조직순응도 등 ‘구시대적’ 항목의 비중이 오히려 커졌다. 그러나 목표자체를 스스로 정하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고 나머지 항목도 팀장의 주관적 평가에 의존하기 때문에 결국은 개인의 능력이 아닌 팀장의 리더십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질 수도 있다.

▼ 후보들의 외침

프로야구에 버금가는 객관적 평가기준 마련이 직장 연봉제의 관건으로 남아있지만 오히려 회사원이 부러운 프로선수도 있다. 바로 ‘언제든 기회만 오면…’, 감독이 자기 이름을 부르는 날만 기다리며 샐러리맨보다 훨씬 적은 급여를 감수하는 2군 선수들. 이들은 모두가 ‘주전’인 직장이 부럽다.

▼ 1+1〓3

신한종합연구소 사회경제팀의 박영배팀장. “연봉제는 결국 경영자와 실력있는 사원이 이득을 보는 제도다. 문제는 똑 같은 케이크를 어떻게 나눠 먹느냐인데 연봉제 초기에는 대부분이 조금이라도 큰 조각을 차지하는 데 집착할 뿐 큰 케이크를 만드는 데는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개개인이 뛰어나면 자연히 케이크가 커지면서 ‘1+1〓2’가 된다. 그러나 연공서열제 시절의 팀워크까지 살아나면 ‘1+1〓3’이 될 수도 있다. 프로야구 연봉제의 훌륭한 점은 개인기뿐 아니라 팀워크도 수치화해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성엽기자〉newsda@donga.com

[「몸값 올리기」 10계명]

①모범생보다는 프로페셔널이 되라. 착한 군인보다는 총 잘 쏘는 군인이 전시에 대우 받는다.

②업무가 끝났으면 새 업무를 찾아라. 주식투자 등 과외활동은 업무시간에 하지 말라.

③무조건 영어를 시작하라. 30대 중반에 영어로 발표를 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연봉차는 1천만원 가까이 될 것이다.

④합리적인 사고(思考)를 하라. “하늘색깔 빨간색!”하는 선배의 ‘말씀’을 무조건 따르는 ‘불사파(不思派)후배’는 이제 필요없다.

⑤회의 시간에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절대 양보하지 말라. 지식을 남에게 보여라.

⑥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따지지 말고 해결책을 찾는 데만 주력하라.

⑦여성에게 인기있는 사람이 돼라. 여직원은 회사내의 가장 정확한 정보원이며 신랄한 재판관이다.

⑧스카우트되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 전문분야를 필요로 하는 보다 좋은 조건의 회사를 스스로 찾아 나서라.

⑨학연 지연 등 연줄의 집착에서 벗어나라. 고과를 떠나 무조건 ‘끌어주고 당겨주는’ 선배는 더 이상 없다.

⑩함부로 사표를 쓰지 말라. 연수나 유학을 위해 잠시 쉬고 나서 감각을 회복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일하며 공부하라.

(자료:드림서치 이기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