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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칼럼]이창호/팔레스타인을 도와야 할 이유

입력 | 1998-12-27 19:38:00


예루살렘에서 그리 멀지 않은 베들레헴에서는 예수탄생 2000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준비가 한창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새로운 천년을 준비하기 위하여 계획하고 있는 이 행사는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의 각별한 관심속에 최근 방한한 바 있는 나세르 베들레헴 시장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서력 2000년 성탄절을 기하여 거행될 이 행사에는 교황을 비롯한 종교인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정치 경제 문화 관련 인사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며 종교적인 차원을 넘어 이 지역에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전세계인의 염원과 희망이 함께 전달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이 아직 난항을 거듭하고 있으나 평화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당사자들의 깊은 인식과 미국 유럽연합(EU)등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중재로 오슬로 합의의 틀 속에서 궁극적으로는 타결될 전망이다. 이러한 전망은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중재로 최근 체결된 와이밀스합의로 인해 보다 밝아지게 되었다. 더욱이 클린턴대통령이 최근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을 방문함으로써 팔레스타인이 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지위를 굳혀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팔레스타인이 주권국가 또는 그 밖의 독립된 실체로 다시 태어날 것에 대비해 우리도 팔레스타인에 대한 관심을 제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팔레스타인과의 관계를 강화시켜 나가야 할 당위성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약 9백50만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은 다른 아랍인들에 비해 교육 및 세계화 수준이 높고 단결력이 강해 최종 지위협상이 타결되어 독립적 실체가 확립되면 이를 구심점으로 정치 경제분야에서 급속한 발전을 이룰 잠재력을 갖고 있다.

팔레스타인과의 관계증진은 우리의 중동지역 진출을 위한 장기적 기반을 구축하는데 기여할 것이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정착시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을 중심으로 한 인프라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지분을 사전 확보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더욱이 우리의 대 팔레스타인 관계강화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으로서 분쟁지역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분쟁 해결을 위한 실질적 지원을 통해 우리의 외교지평을 확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중동의 새로운 정치 경제질서 형성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팔레스타인과의 관계 증진을 위해서는 정치 외교관계의 발전도 물론 중요하나 이에 앞서 무상원조의 증액 및 우리 기업의 팔레스타인 진출 등 경제협력 확대를 통한 관계증진이 선행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정부가 팔레스타인 사회 복구 지원을 위해 지난 5년간 자동차 의료기기 약품 컴퓨터 등 물자를 지원하고 약 20여명의 연수생을 초청, 기술교육을 시행하였으며 또한 초등학교 행정청사 도로건설사업 등 사회 인프라 건설에 참여해 오고 있음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의 궁극적 타결과 예수탄생 2000년을 계기로 새로이 태어나려고 노력하는 팔레스타인과의 관계증진은 이제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