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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에 비친 98년]시련의 IMF에도 희망 새록새록

입력 | 1998-12-27 19:44:00


IMF경제난속에서 너나없이 어렵고 가파른 한해를 보냈다. 동아일보 사회면의 ‘창(窓)’에는 경제난에 따른 고통과 시련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기업의 연쇄부도로 쏟아져 나온 실업자와 공원을 메운 노숙자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한 이웃들의 자살. 한편으로는 정권교체로 개혁의 칼바람을 맞은 공직사회, 업계의 동요도 사회를 더욱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창 속에는 온정과 미담의 자취들도 새겨져 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연도 많았고 불우한 이들에 대한 온정도 넘쳐 흘렀다. 그렇게 IMF 1년은 흘러갔다.

‘IMF한파’는 빈한한 사람들에게 더욱 고통스러웠다. 해고된 뒤 아이 분유값 마련을 위해 공중전화기에서 동전을 훔친 가장의 ‘분유값이 없어 그만…’(3월11일)과 ‘껌팔이 모녀의 눈물’(3월23일) ‘학교까지 쫓아온 빚독촉’(4월29일) 등은 참담한 우리 이웃의 눈물젖은 삶을 보여줬다.

‘어느 가장의 죽음’(1월19일) ‘아내의 PC유서’(2월8일) ‘보험금과 맞바꾼 목숨’(3월10일) ‘모두 내 죈데 어린 것이 왜…’(3월26일) 등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죽음도 잇따랐다.

실직은 누구에게나 고통이었다. ‘퇴직금도 못준다니’(3월9일) ‘IMF파혼’(5월17일) ‘벼랑끝 어느 영업사원’(5월20일) ‘박사출신 실업자’(6월28일) ‘실직자가 만난 실직자’(7월2일) ‘미취업 지방대생의 비가(悲歌)’(6월10일) ‘여제자들 취업자리 없나요’(10월8일) 등은 우리 모두를 우울하게 했다.

공원 벤치의 ‘홈리스’들도 익숙한 이웃이 되었다. ‘복지부장관의 노숙자 체험’(6월3일) ‘비온다고 밥안먹나’(5월11일) ‘서울역 비가(悲歌)’(9월15일) ‘무료급식도 끊기고…’(8월14일) ‘노숙 대신 감옥을’(12월17일) ‘어느 노숙자의 귀향’(12월8일) 등 노숙자 문제는 ‘창’의 주요 테마였다.

사회도 크게 달라졌다. ‘국제선 새 풍속도’(1월23일) ‘이젠 홍보성 시위 시대’(4월13일) ‘지하로 이사가는 집주인’(5월6일) ‘신용대출 문전박대’(6월1일) 등이 달라진 인심을 그렸고 ‘국민회의에 쏟아지는 민원’(1월3일) ‘김대통령 고향 거제도의 깊은 침묵’(2월18일) ‘결국엔 상도동도 시위걱정’(2월26일) 등이 권력의 무상함을 노래했다.

그러나 딱한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쓰러진 사람들을 일으켜 세운 훈훈함도 이어졌다.

청소복 비용을 불우이웃돕기에 내놓은 ‘미화원들의 이웃사랑’(3월16일) ‘하늘에서 보낸 장학금’(4월2일) ‘1백마르크에 담은 사랑’(5월12일) ‘꽃동네로 간 신혼여행’(6월2일) ‘얼굴숨긴 이웃사랑’(7월14일) ‘정을 가꾸는 배추밭’(10월21일) ‘장애인의 발이 된 장애인’(10월23일) ‘밥 한공기 환대’(11월23일) 등 수많은 사연들이 지친 우리의 영혼을 적셨다.

공직자들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이 ‘인사비리 불감증’(1월6일) ‘서랍속에 감춰둔 개혁’(2월11일) ‘일곱번째 잘못된 통지서’(9월17일) ‘되레 큰소리치는 공무원’(10월27일) ‘구청장의 해외도주’(3월6일) 등으로 소개됐다.

‘김현철 피고, 들으세요’(2월17일)와 권영해 전 안기부장을 그린 ‘장군답지 못한 퇴장’(4월3일) ‘정대철 부총재의 항변’(9월10일), 한나라당 서울역 집회 사건을 다룬 ‘협조도 않고 수사 끝내라니’(11월20일) 등은 정치와 권력의 스산한 그림자를 느끼게 해주었다.

여름철 전국을 강타했던 물난리도 빼놓을 수 없는 창의 소재였다. ‘어느 고교생의 수난(水難)일기’(8월12일) ‘고아들의 수해복구 온정’(8월26일) ‘조상잃고 추석은 무슨’(9월6일) ‘물난리 방송 지방차별’(8월10일) 등이 수해 현장의 애환을 담았다.

‘어떻게 우리 선생님이…’(8월28일) ‘총장없는 교수 퇴임식’(8월31일) ‘선생님과 오리발’(9월1일) ‘과외사기 변한게 없어요’(9월2일) 등 고액과외사건도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이었다.

이밖에 ‘아바이 마을의 희비’(6월25일) ‘고향방문 정녕 꿈인가요’(7월15일) 등 물꼬를 튼 대북교류와 ‘신고못한 선거향응’(6월4일) ‘흑색선전 전화폭력’(5월25일) 등 지방선거와 관련된 소재도 등장했다.

한편 ‘변호사가 판사 월급주나요’(2월22일) ‘앵벌이 보도에 애타는 부정’(3월30일) 등 의정부판사 비리와 영아매매 사건은 우리 사회의 윤리의식 혼탁을 깊게 들여다 본 기록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