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와 기본이 바로서야 제2의 건국이 가능하다.’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뒤 거리나 TV 공익광고에서 흔히 보고 들을 수 있는 구호다.
기업의 구조조정과 각종 제도개선 과정에서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2000년 이후 영속적인 도약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로도 들린다.
그러나 지역의료보험과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 의료보험을 통합한 보건복지부의 자세를 보면 이 말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하다.
복지부는 불안정한 전산망과 졸속행정으로 통합의료보험의 기초 재정상태를 가늠할 징수율이나 의료보장을 위한 기초통계조차 못낸 채 의보행정을 펴왔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민원인이 잘못 부과된 보험료 때문에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 지사에 찾아가는 불편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어떤 민원인은 “보험료 부과 자료가 맞지 않아 지사에 가니 직원들이 공단에 설치된 컴퓨터에 물어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하소연했다. 이러한 사태의 원인(遠因)은 의료보험에 관한 기초지식과 자료도 없이 큰소리만 치는 공단 직원들과 복지부 관료들에게 있다.
이들은 통합의보 실시 후 제기된 70만건 이상의 민원을 외면하거나 재정적자가 내년에 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에도 “새 제도 시행 초기에는 원래 그렇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이같은 행태가 지속되면 잘못 부과된 보험료가 시정돼 보험료 징수율이 올라가기 어렵고 보험재정이 튼튼해지길 기대하기 힘들다.
보험재정이 어려워지면 그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국민건강이 더 이상 정치논리에 좌우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의료보험 제도의 기초는 다시 점검돼야 할 것이다.
정위용jeviy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