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농지를 다른 용도로 바꾸려던 A사. 농지전환 과정에서 몇차례의 중복세금을 물고 복잡한 절차를 거치면서 몇번이고 치를 떨었다.
A사가 농지전용시 처음으로 낸 세금은 농지전용 부담금. 농지 공시지가의 20% 수준이다. 용도변경 농지와 비슷한 면적의 농지를 조성하는 데 드는 조성비도 따로 냈다.
그뿐만이 아니다. 농지전용으로 생기는 개발이익의 25%를 개발이익부담금으로 내야하지만 IMF 한파 덕분(?)에 99년까지 징수가 유예된 상태.
농지전용 허가를 받기 위해 농지관리위원회의 1차심의도 거쳤다. 추가로 시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의 심사를 받는 동안 1,2개월은 후딱 지나갔다.
이같은 ‘중복’규제는 다른 정부부문에도 마찬가지. 대표적으로 상장사가 지분 변동이나 증자 등 주요 경영상황에 변화가 생길 경우 증권감독원에 신고한 뒤 똑같은 내용을 증권거래소에 공시해야 한다. 감독원 신고가 곧 공시로 이어지는 연결통로가 갖춰지지 않은 탓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8일 ‘중복규제의 현황과 개선방안’이라는 자료를 통해 공정거래와 금융 세제 토지이용 등 분야에서 2개 이상 부처나 법령이 중복 규제하는 사례가 모두 23건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이번 조사는 회원사 설문을 바탕으로 분석한 것으로 실제 중복규제는 훨씬 광범위할 것으로 전경련은 관측.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형태별로는 검사 점검과 관련한 중복규제가 7건으로 가장 많고 △심의 협의절차 5건 △감독 허가 및 신고 등록이 각 4건 △세부담 3건 등으로 나타났다.
부처간 중복규제로는 건설교통부와 산업자원부가 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동일 부처내 중복규제 사례는 산자부 재경부 농림부가 각 3건, 금융감독위원회가 2건으로 조사됐다.
전경련은 비슷한 목적의 세금이나 부담금을 이중으로 부과해 사업비용이 증가하고 심의 허가 중복으로 사업추진 기간이 장기화될 뿐만 아니라 용역평가에 따른 비용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규제주체가 아닌 피규제 대상의 편의를 살피는 규제 일원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