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용 크리스마스 트리 1백여점이 갈 곳이 없어 헤매고 있다. 그 이유가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공습 때문’이라니 공교롭다.
영국 등 유럽 각지에서 들여온 나무 모형과 리본 방울 등으로 꾸며진 이 크리스마스 트리들은 원래 22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정동 영국대사관 전시홀 무료전시회에 내놓을 작품들. 무역관련 사업을 하는 남편을 따라 유럽생활을 하면서 소품 수집에 관심을 갖게 된 변성지씨(43)가 기획한 전시였다.
그러나 전시회가 임박한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이라크 공습이 시작됐고 영국대사관에도 비상이 걸려 전시회 일정이 차질을 빚게 됐다. 21일 부랴부랴 장소를 물색, 영국대사관 옆 대한성공회 부속건물에서 1백점중 일부만 전시할 수 있었다.
‘일부’전시회가 끝난 뒤 변씨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상설 전시할 공간이 있는 사람에게 무상으로기증하기로 마음 먹었다. 기증조건은 한가지. 누구나 쉽고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공익적인 장소를 가져야 한다. 연락처는 02―786―1987
“한국에서 처음 하는 트리 전시회여서 정말 고생하면서 만든 트리들인데 그냥 창고에 처박아두기가 아깝더라고요. 유럽의 시청에서 ‘크리스마스 하우스’를 꾸며 상설전시도 하는 게 기억이나 계속 전시를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됐습니다.”
만약 트리를 전시할 공간이 마련되면 주부들에게 정기적으로 트리 장식법을 알려주거나 팜플렛을 만들어 제공할 뜻도 있다고 덧붙인 변씨는 현재 ‘양초 전시회’도 준비중이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