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를 거부하겠다던 김영삼(YS)전대통령이 이번에는 김대중(DJ)정부의 시책을 폭넓게 비판했다. YS는 특히 “(빅딜로) 특정지역 기업이 피해를 보는 것은 잘못”이라며 “경제가 중대한 사태를 맞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언론자유는 있다. 측근들과의 술자리여서 긴장이 풀렸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의 태도는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
▼첫째, 그는 경제실패의 최고책임자다. 그런 처지에 ‘중대한 사태’ 운운하며 경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빅딜에는 비판도 많지만 적어도 YS는 말을 아껴야 한다. 둘째, ‘지역’을 거론했다는 점이다.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을 주로 겨냥한 듯하나 이 빅딜은 당사자 합의다. 더구나 YS정부의 삼성자동차 허가는 경제파탄의 한 요인으로 지적되는 실책이다. 그런데도 그런 말을 한 것은 전직대통령답지 않은 지역이기주의다.
▼셋째, 그의 발언은 부분적으로 사실과 다르다. 예컨대 정부가 ‘언론을 탄압’한다는 대목은 무책임하다. 넷째, DJ에 대한 원념(怨念)에서 이번 발언을 했는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만약 그렇다면 YS는 큰 정치인이 아니다. 다섯째, 그동안 침묵하다가 DJ정부 1년을 넘기면서 말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혹시 DJ에게서 힘이 빠지는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면 당당하지 않다. 정치를 하건 말건 본인의 자유지만 ‘지역’발언과 함께 뒷맛을 남긴다.
▼얼마 전 미국 전직대통령 제럴드 포드와 지미 카터는 빌 클린턴대통령을 탄핵하지 말고 견책으로 사태를 수습하라고 상원에 공개촉구했다. 포드는 공화당, 카터는 민주당이었지만 클린턴 탄핵을 둘러싼 국론분열과 국력낭비를 막기 위해 손을 잡고 경륜을 폈다. 전직대통령은 그런 일을 해야 한다.
이낙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