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겨울잠을 잘 수 있을까.
곰 햄스터 다람쥐 박쥐 등 일부 동물은 외부의 온도에 따라 스스로 체온을 3℃정도까지 낮춰 겨울잠을 잔다. 사람은 체온조절이 불가능해 두터운 외투가 없으면 얼어죽기 십상이다.
그러나 인간의 동면도 과학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 동면을 유도하는 물질의 신비를 밝혀내면 된다. 과학자들은 동물의 뇌에서 분비되는 ‘엔케팔린’이란 호르몬이 동면을 유도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엔케팔린’만 합성한다면 인간도 겨울잠에 빠져 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 호르몬의 화학구조와 반응양식은 아직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태.
그러나 동면을 이용한 의료시술은 이미 행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일부 대형병원 외과수술에 이용하는 ‘저체온 수술법’. 환자의 체온을 18∼20℃까지 낮춰 한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고 수술을 하는 방법이다.
체온을 30℃안팎으로 낮출 경우 심장박동은 멎게 된다. 더 나아가 18℃까지 떨어뜨리면 두뇌활동이 거의 정지되며 피의 흐름도 멎는다. 이 상태에서는 피를 흘리지 않고 수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세포가 산소와 영양물질을 공급받지 못해 죽기 때문에 생명이 위험해진다. 현재 과학기술로는 1시간이 고작.
엔케팔린을 합성하는데 성공, 3℃의 동면상태에서 몇시간이고 수술을 할 수 있다면 수술의 성공률은 비약적으로 높아질 전망. 장기 이식 실패율도 ‘제로’를 바라볼 수 있다.
지금은 장기를 떼어낸지 늦어도 3,4시간 이내에 이식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돼 버린다. 그러나 엔케팔린액에 넣어두면 최소 48시간 연장할 수 있다.
동면과 유사한 것으로 현재 미국에서 실험중인 인체냉동이 있다. 이 방법은 말 그대로 인체를 냉동해 보관하는 것. 미국에서는 67년 실험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33명의 냉동인간을 보존하고 있다.
냉동인간의 원리는 대충 이렇다. 먼저 심장을 멈추는 것과 동시에 체온을 30분 이내에 동물의 동면온도와 같은 3℃까지 낮춘다. 그 다음 혈액을 모두 빼낸 뒤 세포가 동파하지 않도록 동결방지제를 주입한다. 마지막으로 인체를 급속 냉각한 뒤 영하 200℃에 가까운 질소탱크에 보관한다. 이들 냉동인간은 2030년쯤 해동하기로 계획돼 있으나 이들이 무사히 깨어날 지는 미지수.
인공동면과 인체냉동 역시 인간복제의 경우처럼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특히 윤리성 논쟁이 뜨겁다. 많은 효용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실험대에 올려 놓는다는 비판이 만만찮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