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금창리 지하시설이 핵관련 시설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한참 분분할 때 미국에선 미의회 및 행정부내 대북(對北)강경파들이 사태를 의도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다는 ‘음모론’이 제기된 적이 있었다. 이후 한반도 주변정세를 ‘94년 북핵(北核)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바라보는 시각까지 생겨났다. 우연의 일치일까.
최근 일본에서 생산되고 있는 ‘99 한반도 위기설’도 이와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
이 위기설의 요지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을 둘러싼 북―미(北―美)관계 악화가 종국에는 군사충돌 위험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외무성과 공안조사청이 발표한 ‘국제정세의 회고와 전망’도 이런 기조다.
곧이어 요미우리신문은 방한(訪韓)한 윌리엄 페리 미국 대북정책조정역이 우리 정부에 ‘금강산관광과 관련해 북한에 거액의 자금이 송금되면 군사비로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고 보도했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국제적십자연맹이 대북 식량지원을 중단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모두 오보로 판명됐지만 직간접으로 ‘위기설’의 연장선상에 있는 내용이었다.
이런 위기설에 대해 당사자인 우리 정부조차도 그 배경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내각이 일본의 안보역할을 강조하는 자유당과의 연정을 성사시키고 유사시 한반도 주변지역에서의 일본의 군사적 역할강화를 허용하는 ‘미일(美日)가이드라인’ 관련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를 흘리는 것 아니냐는 시선까지 생겨났다.
일본상공을 통과한 북한 미사일충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일본은 ‘불순한 의도’를 의심하는 이웃이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할 것 같다.
김창혁(정치부)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