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내각제 개헌 공방을 입지확대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벼르고 있다. 내각제를 둘러싼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갈등을 부추기면 어부지리(漁夫之利)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공동여당의 갈등이 커지면 커질수록 한나라당의 입지가 더욱 강화되고 특히 자민련이 국민회의와 결별하면 자연스럽게 한나라당과 보조를 맞추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 등 당직자들이 “정치지도자들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면서 자민련 편을 드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특히 대통령제를 고수했던 이회창(李會昌)총재도 내각제에 대해 호감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이총재는 “당론은 대통령제지만 권력구조는 국민의 이익과 부합되는지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면서 “공동여당이 내각제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련편을 들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면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한 절묘한 줄타기를 시작한 셈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중 상당수는 이미 내각제 선호 쪽으로 기울어 있다. DJP연대의 약속대로 올해안에 내각제 개헌이 실현된다면 한나라당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날로 늘고 있다.
다음대선까지4년을더기다리는것보다내각제 개헌을 통해 ‘야당 탈출’을 시도하는 게 낫다는 생각 때문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농담처럼 던지는 “고스톱판에서돈을 딴 사람이 돌려주고 다시 치자는데 안 할 이유가있느냐”는말에서도기류변화를읽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각제 연내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