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책갈피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았을 때,/나는 어느새 항구의 저녁거리를 거닐고 있지 않는가. /드문드문 비가 선창 위로 내리고 나는 갈매기보다 낮게 휘파람을 불어본다. /이곳에서 기다리는 것은 미덕이다. 미덕을 배우기까지/많은 것들을 보내야 한다. 나는 청춘의 반을 덧없이 보내고/바다의 눈썹같은 방파제 위에 서 있다. /어서 오라! 나는 기다릴 만큼 기다리다/안개와 바람에 묻혀 이 항구를 떠도는 무서운 이름이 될 것이다. /누구도 지워보지 못한 그리움이 될 것이다.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처럼 뒤에서 내 문학을 든든히 잡아주던 고마운 손들이 있다. 어느 순간 그 손들 없이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제 그만 손을 놓아달라고 말하려 하자 그들은 이미 저 뒤편에서부터 손을 놓은 채 웃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 ‘겨울나무를 후려치는 채찍’ 이재무선생님, 당선소식을 내 일처럼 기뻐해준 맏형같은 시인 이대의 선배, 외롭고 치열한 시정신을 일깨워주는 시인 함기석 형, 특히 처음으로 시를 가르쳐 주었던 ‘내가 그다지도 사랑하는’ 뿐뿐이 미(美)와 때론 싸우고 질투하며 함께 시를 공부했던 벗들,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따뜻하게 배려해주신 강소장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 쓰는 아들을 자랑스러워하시는 부모님, 나의 모든 것은 그분들의 것이다.
서울산업대 문창과 교수님들과 주병율 이위발 선배, ‘획을 긋는 문창과’ 학우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 끝으로 부족한 작품을 심사해주시고 뽑아주신 김혜순 이남호선생님께 고개 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부끄럽지 않은 한 사람의 시인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제 삶의 몫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70년 전남 영암 출생 △청구문화제 시부문 최우수상 △서울산업대 문예창작과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