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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는 세상] ‘한달월급 1원’김정태 주택은행장

입력 | 1998-12-31 18:06:00


[약력]

·47년 광주 출생

·광주일고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공인회계사

·69년 조흥은행 입행

·76년 대신증권 입사

·80년 대신증권 상무이사

·97년 동원증권 대표이사사장

·98년 주택은행장

월급날을 기다리지 않는 월급쟁이가 있다. 월급이 ‘한달에 1원’뿐인 김정태(金正泰·52)주택은행장.

김행장은 월급대신 스톡옵션(자사주 매입선택권)을 선택했다. 3년임기를 마치는 2001년9월 주택은행 주식을 액면가(5천원)에 30만주를 매입할 수 있는 조건.

퇴임시 주택은행 주가가 액면가 이하가 될 때는 매입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98년말 주택은행 주식의 폐장가는 1만5천원선. 계산상으로는 취임후 넉달동안 30억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은행장에 취임해 할 수 있는 것이 사람 자르는 것 말고 뭐였겠소. 도저히 월급봉투 두둑이 챙겨가면서는 못하겠더라고.”

그가 ‘월급 1원’을 자청하게된 배경이다. 하지만 ‘안 살림’을 꾸려야 하는 김행장의 부인이 쉽게 동의했을까.

“남편이 월급을 어떤 식으로 받든지 제게는 달라질 것이 없어요. 퇴직금을 좀 받았다는데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그이가 다섯식구 생활비로 가져다주는 돈은 정확히 월 4백만원이에요. 지난 25년간 한결같이 생활비를 1만원권으로 봉투에 담아 줬어요.”

김행장이 동원증권 상무이사로 취임한 것은 서른세살이던 80년. 이후 전무까지 거치는 10년동안 서울 사당동의 19평짜리 단독주택에 살았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동원증권 부사장이던 90년에 비로소 연탄보일러 신세를 면할 수 있었다.

그는 보수적 색채의 주택은행에 30대 지점장을 발령하는 등 변신을 선도하고 있다. “은행장 넉달 해보니 이 자리가 사람을 황제로 만듭디다. 은행장이 퇴근안했다고 임원들이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기 일쑤에요. 철저하게 격식 허물기와 발상 뒤집기를 시도했지요.”

그동안 은행장 재실(在室)표시판과 수행비서를 없앴다. 은행장실 옆 의전실도 회의실로 바꿨다. 연봉제를 실시했고 연대보증제도의 단계적 철폐를 단행했다. 역시 업계 최초였다.〈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