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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한국만화 전망]아이디어 장르-소재 다양해져

입력 | 1998-12-31 18:06:00


출판만화의 ‘뷔페시대’가 열리고 있다. ‘뷔페’의 고객도 10대에서 20대를 넘어 30대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단행본 만화는 더이상 ‘코흘리개 시장’이 아니라 ‘넥타이와 정장 시장’으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새해 단행본 만화의 특징은 장르의 세분화와 소재의 다양화가 될듯. 과거 에는 청소년 취향의 순정만화와 남성 중심의 무협만화, 스포츠만화와 캠퍼스만화 정도로 비교적 단순했다.

최근 들어 여기에 더해 요리만화 춤만화 ‘명랑포르노성’만화 개그만화 레저만화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순정만화 무협만화 같은 기존 장르도 연령층과 취향에 따라 장르의 핵분열을 계속하고 있다. 순정만화의 경우 무협순정 판타지순정 SF순정 식으로. 내용도 세분화되고 있다.

변화의 조짐은 8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 특히 지난해부터 젊은만화가들이 새로운 개념의 만화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최근 떠오른 작가는 10여명. 대표적 인물은 △성적 담론을 담은 ‘세미포르노성’인 ‘누들누드’의 양영순 △여성의 성을 과감하게 다루는 ‘색녀열전’의 장현실 △‘언플러그드 보이’로 순정만화의 새영역을 개척한 천계영 △‘용비불패’처럼 선악의 대결구도에서 벗어난 신무협만화가 문정후 △춤만화라는 전문영역을 개척한 ‘힙합’의 김수용 등.이들은 만화작가 ‘제3세대’에 해당한다. 60년대 어린이만화 작가가 1세대라면 80년대 ‘공포의 외인구단’의 이현세 등은 2세대 격.

단행본 만화시장의 변화는 무엇보다 독자층이 넓어지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이현세 시대’에 반짝하던 20대 이상의 만화독자들이 한동안 침묵하다가 최근 만화대여점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만화업계에서는 “IMF시대에 ‘큰 돈 드는’ 볼거리가 부담스러운 20, 30대가 가까운 만화대여점에 드나들기 시작한 때문”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국내에서만 2백만부 이상씩 팔린 ‘드래곤볼’‘슬램덩크’ 등 일본만화를 통해 이들 세대가 ‘만화 보는 맛’을 새로 알게 된 것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 한편 신문만화에서 주목대상은 동아일보에 ‘도날드닭’을 연재중인 이우일. 멀뚱멀뚱한 캐릭터를 통해 심각한 주제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썰렁함의 미학’이란 새로운 웃음의 영역을 개척했다.

국내 출판만화시장은 연간 4천억원 규모(97년기준). 98년에는 IMF한파 등으로 발행부수가 50% 줄었다는 것이 업계의 추산. 일본에서는 각종 만화잡지 등이 매주 4백만부 이상 발행되며 96년에만 23억권을 발행, 6조원 어치나 팔았다. 90년 부분개방 이후 국내 출판만화시장에서 일본만화 점유율은 47%. 해적판까지 합치면 90%. 최근 출판만화 전면개방으로 한국만화가 고사당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만화평론가협회 이재현회장은 “‘전면개방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진부한 소재와 전개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