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죄인으로 만든 검찰이나 법정에서 위증을 했던 사람을 모두 용서하겠습니다. 정의는 승리한다는 진리를 다시 깨닫게 해준 재판부에 감사드립니다.”
지난해 12월31일 서울지법에서 “피고인은 무죄”라는 선고가 내려지자 가족을 얼싸안은 변의정(邊義正·59·전 서울동대문구청장)씨는 눈물을 흘리며 이같이 말했다.
변씨는 지난 90년 5월 ‘대한민국 최고의 수사기관’이라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의해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된 뒤 8년8개월간의 ‘고독한’ 투쟁을 벌여왔다.
그는 서울시 환경녹지국장 재직시인 88년 5월 서울 무교동 유진관광호텔(현재 서울파이낸스센터)신축과 관련, 1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검찰이 뇌물증거로 제시한 10만원짜리 수표 7백장의 행방을 추적, 단 한장도 자신이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혐의를 벗을 수는 없었다.
대법원에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된지 2년이 지나서야 그는 자신에게 돈을 건넸다는 김모씨로부터 “검찰의 가혹행위로 허위 증언을 했다”는 증언을 녹취할 수 있었다.
그는 김씨를 위증혐의로 고소했으나 검찰은 김씨를 불기소처분했다. 서울고검과 대검도 항고 재항고를 기각, 9차례에 걸친 호소는 물거품이 됐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줄기찬 싸움을 벌인 그는 헌법재판소에서 전환점이 된 판결을 이끌어냈다.
헌재가 96년 3월 “검찰은 평등권과 재판절차 진술권을 침해했다”고 결정한 것. 재수사에 나선 검찰의 결론을 역시 무혐의.
그는 지난해 8월 세번째로 낸 헌법소원마저 위증사건 공소시효(7년)만료로 각하되자 법원에 재심을 청구, 재판부의 재심결정을 이끌어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변씨를 만나 뇌물을 주는 것을 목격한 곽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요청했지만 재판부가 이를 묵살했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