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절미하고 우리 시대의 화두는 정직성의 회복이다. 마르쿠제의 지적대로 1차원적 사유가 이 시대의 논거가 될 수 없다.
같잖은 풍요가 이성을 도구화해버린 현실이 참상인 줄 모르고 참으로 낯선 혼주의 시간을 살았었지. 더 큰 문제는 그것을 지적하는 화살도 바늘도 타령도 없었다는 회한이 이제 우리에게 부채로 안겨졌다.
막차 타는 즐거움이 어느덧 습관이 되어버렸다. 선착순에는 영 자신이 없어 늘 뒷자리, 조명을 피한 뒷줄에 서길 좋아했다. 그러나 어쩌랴. 얼굴 내밀기보다는 뒷줄에서 쭈빗거리는 걸 즐기는 팔자인데. 피곤과 설레임을 동시에 싣고 떠나는 막차의 풍경, 나는 늘 그 속에 실린 남루한 익명이었다. 그것도 이력이 붙어 익명의 자유를 은근히 즐기는 축이었다. 그러나 그 자유 속에는 서둘러 앞서간 이들의 어지러운 발자국을 선연히 볼 수 있는 재량이 있었다.
양심과 불순을 판별하는 눈이 있었다. 문학이 가야할 길이 이런 것은 아닐 것이다.
허나 정직성을 일깨우는 찬물이 된다면,등대가 아닌 닻고리를 매는 부두의 쇠말뚝이라도 된다면 크게 후회할 게 없다.
본격 문학의 행진에 20세기의 막차를 탔다. 승차를 허락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 동아일보사에 감사드린다. 무던하게 지켜봐주신 홍기삼 선생님, 한용환 선생님,김윤환 형, 정찬주 형의 편달은 감사하다는 말이 부족하다. 그리고 능글능글하게 백수의 도를 닦고 있는 것을 싱글거리며 돕고 있는 아내, 새나라의 어린이답게 씩씩하게 자라고 있는 딸 하은이, 자식이라는 부끄러운 화관을 쓰다듬어 주시는 부모님, 문학이 한근에 얼마인지도 모르지만 늘 살갑고 고마운 윤, 일, 동, 덕, 순 등 고향 마을의 벗들에게도 우러나는 감사를 전한다. 1999년의 냄새, 심상치 않다.
△본명 이상우 △55년 경북 의성 출생 △동국대 국문과 졸업 △진선여고 교사 역임 △불교문학 현상공모 장편소설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