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 대해서 실망하는 때가 있다. 스스로가 한없이 어리석어 보이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그런 시기. 지난 가을과 겨울이 나에게 그런 시기였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흐르는 시간에 자신을 맡겨둔 채 그냥 썩어가고 있었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마음은 절박했지만 나의 몸은 흐느적거리기만 했다.
그때 당선을 알리는 한 통의 전화가 왔고 그것은 그동안의 내가 그래도 조금씩이나마 숨을 쉬며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고 담담하게 위로를 해주었고, 열심히 글을 쓰며 고민했던 나의 모습을 상기시켜 주었다.
며칠 동안 밤에는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고민하고 해가 뜬 다음에야 잠드는 그런 생활을 했었다. 계속되는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쉽게쉽게 글이 잘 풀리다가도 갑자기 암초에 걸린 배처럼 덜커덕 멈추어 버리고는 앞으로 나아갈 줄 모른 채 망망대해에서 표류하기도 하였다. 그럴 때면 항상 스스로에게 되물어 보곤 했다. 너라면 어떻게 하겠냐고.
초고를 완성하던 날,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맛보았던 꿀맛같은 단잠을 잊을 수 없다. 열심히 힘들여 쓰긴 했지만 지금 다시 읽어 보니 아쉬운 부분도 많이 보인다. 계속 노력해서 좀 더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한 번 해본다.
언제나 아들 걱정하시는 아버지, 어머니에게 깊이 감사 드린다. 그리고 글을 쓰는데 도움을 준 여러 친구들, 나의 볼품없는 습작들을 가지고 열심히 토론해준 세미나팀의 동료들,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승호형, 인터넷으로 이 글을 보내준 용권이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부족한 점이 많은 글을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님에게도 감사 드린다.
△72년 부산 출생 △연세대 국문학과 졸업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 △16㎜ 단편영화 ‘길 위의 창’ ‘없다’ 등 각본 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