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소년이 보낸 영화 감상문부터 시작하여 난해한 주(註)가 잔뜩 붙은 학위논문에 이르기까지 총 40편의 응모작이 심사위원에게 전해졌다. 우선 기준 원고량 60매를 나 몰라라 지키지 않은 규격 위반작들과 평론의 일반적인 형식은 물론이고 심지어 맞춤법에도 무심한 함량미달작들이 퇴출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20여편. 평론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질 뿐만 아니라 영화제작 현장에도 영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분석의 대상이 되는 영화의 선정도 중요하다. 시의성의 잣대가 동원되어 눈치 없는 응모작들이 떨어져나갔다.
그러다보니 지금―여기의 영화와 영화적 현상을 추출하여 독특한 시각으로 논지를 편 박명진의 ‘일상성, 또는 갇힌 길 위의 인생’과 이재현의 ‘강원도―명멸하는 삶의 접점’으로 압축되었다. 이재현의 평론은 분석력에서 많은 점수를 얻었지만 현학적인 개념들이 충분히 소화되지 못한 점이 치명적이었다. 박명진의 평론은 무엇보다도 난해한 주제를 침착하게 자신의 언어로 논지를 편 것이 인상적이었다. 몇번의 옆치락 뒷치락 끝에 박명진의 손을 들어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