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지난해 12월31일 국회 529호실 문을 부수고 들어갈 당시 앞장섰던 사람중에는 법조인이 많았다.
이를 두고 여권은 법을 지키는데 앞장서야 할 법조출신이 불법행위의 선두에 섰다고 비난하고 있다. 국민회의와 안기부 등이 이번 사건을 ‘국기문란행위’라고까지 주장하고 나선데에는 법조출신의 행태에 대한 실망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관 출신인 이회창(李會昌)총재는 물리력을 동원한 사무실 강제개방을 진두 지휘했다. 법무장관을 지낸 박희태(朴熺太)원내총무와 검찰총장 출신 김도언(金道彦)의원, 검사 출신 홍준표(洪準杓)의원은 529호실 안에 들어가 서류를 확인했다.
그러나 박총무 등은 정보위원이기 때문에 강제개방 및 진입에 앞장섰을 뿐 합법적 공개검증을 위해 끝까지 노력했다고 한나라당은 주장했다. 특히 529호실이 정보위 소관 사무실이라 정보위원이 아닌 의원이 들어가면 더 큰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정보위원들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이총재는 “31일 낮부터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는 사람이 많았지만 자제시켰다”면서 “여당이 공동확인 약속을 4번이나 어기며 시간을 끄는 바람에 독자적으로 개방했다”고 말했다.
박총무는 여야 합의로 문을 열자는 입장이었으나 대세에 밀려 강제개방에 동조했다는 후문이다. 홍의원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 서류를 갖고 나오자는 주장이 거세지자 “정보위원들이 들어가서 확인해야지 그런 식으로 했다가는 파문이 더 커진다”고 신중론을 폈다는 것.
하지만 불법시비를 불러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법조출신들이 불법적으로 문을 뜯고 들어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