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동북아의 판도는 결국 경제질서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제 패권추구를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의 상호견제와 균형이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1세기의 지역경제 주도권을 둘러싼 이들의 각축에는 어떤 병기(兵器)가 동원될까.
엔화의 국제화, 위안(元)화 평가절하, 통상압력, 차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문제 등 다양한 변수가 어떻게 얽히느냐에 따라 판세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특히 일본의 의지가 주목된다.
▽아시아의 경제패권〓아시아의 지도국 위상을 둘러싼 미중일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일본은 경제패권 확보 문제와 관련해 가장 도전적인 태도.
미국과 미 달러를 주 공략목표로 정하고 있다.
엔화의 국제화, 아시아통화기금(AMF)창설, 국제환율체계의 개편논의 등이 무기로 동원되고 있다. 올해는 특히 아시아권에서 확산되고 있는 ‘달러 독재’에 대한 반발 움직임에 편승해 엔화의 영향력을 높이려 할 것이 확실시 된다.
그러나 중국은 이 구상이 자칫 현대판 대동아공영권 구축으로 선회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나아가 자국의 경제력이 충분히 커지기 전까지는 동북아 경제질서의 본격적인 재편이 이뤄지기를 원치 않는 눈치다.
이미 대형(大兄)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미국은 이같은 다툼에 대해 짐짓 무관심한 태도. 일본의 주장이 이슈화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다만 유럽과 합세해 국제통화기금(IMF)중심의 기존 통화질서를 고수하는 ‘우회전법’을 펼쳐 일본의 공세를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의 경제력 크기 다툼은 당분간 현안 밖의 위치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의 에드워드 몬티 그램 연구원은 “중국 경제는 아직 일본의 5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으므로 역내 경제력의 균형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안화 평가절하〓99년 동북아의 가장 위협적인 변수로 중국이 가지고 있는 가공할 병기다.
중국은 98년 수출이 11월말 현재 97년 동기대비 0.2% 증가에 그칠 정도로 아시아지역 환율절하의 타격을 입었다. 중국이 계속 인내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시아 각국의 경제회복 여부에 달렸다. 그러나 위안화 절하는 일종의 극약처방으로 주변국뿐만 아니라 중국경제 자체에도 엄청난 타격을 주는 ‘양날의 칼’이다. 위안화를 절하할 경우 일시적으로 중국의 수출경쟁력이 강화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중국 국무원산하 발전연구중심의 한 연구원은 “해마다 4백억∼4백50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해야 하는데 평가절하를 하면 외자유입이 중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이 다급해질 경우 일시적 고통을 완화하는 캠퍼주사를 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일본의 경기회복〓이는 일본 한 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중국은 아시아 금융위기로 인한 위안화 평가절하 압력을 자력으로 극복, 책임있는 경제대국 이라는 이미지를 심는데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중국은 높아진 위상을 바탕으로 일본에 “경제대국으로 금융위기 타개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공세를 올해도 계속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99년엔 0.5∼1%의 플러스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단 큰소리치고 있지만 대다수의 일본 민간경제연구소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에드워드 IIE 연구원의 훈수에 잘 요약돼 있다.
“일본에는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 없기 때문에 구조개혁이 미뤄지면서 위기가 계속될 것이다.”
먼저 내공(內功)부터 쌓으라는 아픈 조언이다.―끝―
〈정리〓허승호기자〉tiga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