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은 미국 중국 일본 사이에 통상전쟁이 본격화되는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00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파에 관계없이 대일 무역적자를 이슈로 내세우며 통상압력을 강화할 것이 확실시된다. 대일 통상공세는 언제나 득표에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달러 유일 기축통화체제의 붕괴에 따라 앞으로 미국도 ‘경상수지적자를 국채 발행으로만 메우는’ 기존의 대외 경제정책을 더이상 고수할 수 없는 상황. 경상적자 문제에 정면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외 통상압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일본의 우파들은 “우리가 동네 북이냐”며 “미국의 압력이 커지면 일본이 보유한 미 국채를 매각하는 등 강경대응해야 한다”고 주장, 양국간 감정대립의 양상마저 보인다.
미일간 무역전쟁은 한국에도 직격탄이다.
일본을 겨냥해 날린 미국의 화살은 반드시 한국에도 꽂히기 때문이다.
입술이 상하면 이가 시리다(순망치한·脣亡齒寒)는 원리다.
미중 간에도 통상논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미국은 연간 4백억달러에 이르는 무역역조 시정을, 중국은 기술이전을 각각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특히 “민수용 기술과 방위산업 기술이 뒤섞인 기술분야에 대한 미국 정부의 통제가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항의하면서 “기술이전 통제를 완화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 문제도 무역전쟁과 연결돼 있다.
이는 미국이 결정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안.
관측통들은 중국이 WTO가입에 대해 이전보다 적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어 99년 중에 미중 양국이 적당한 선에서 협상을 타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이 적극적인 시장개방을 먼저 이행할 것’을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어 일반적인 예상보다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미중 무역마찰의 불똥도 한국에 튈 수 있다.
중국은 98년 약 80억달러의 대한(對韓)무역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은 중국전체의 무역수지가 98년들어 11월까지 4백13억달러에 이를 만큼 여유가 있어 한국에 대한 역조시정 요구가 크지 않지만 미국의 압력이 거세지면 중국은 한국에 공세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