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쉬는 연휴에 오히려 바쁜 곳 가운데 하나가 비디오대여점. 아파트단지의 상가가 휴일을 맞아 썰렁할 때도 중국식당과 함께 비디오대여점은 집에서 지내는 ‘방콕파’로 붐빈다.
비디오대여점에 컴퓨터가 도입돼 회원제로 운영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됐다. 전화 한통이면 ‘자장면처럼’ 문턱까지 배달해주는 곳도 늘었다. 아파트가 밀집된 서울 용산구 이촌1동 비디오대여체인점 ‘영화마을’에서는 냉장고에 붙일 수 있도록 전화번호가 적힌 스티커도 배포하고 있다.
‘동네 장사’로 불리는 비디오 대여점들은 단골확보와 유지에 총력을 기울인다. 서초구 양재동 우성아파트단지의 ‘현대비디오’는 단골에게 새영화 소개와 취향에 맞는 영화 추천 등 ‘비디오컨설팅’으로 인기를 모은다. 3년전 쌀가게를 접고 취미를 살려 비디오대여점을 차린 주인 한명조씨(40)의 수완덕이다.
“고객들에게 하루에 전화를 70∼80통 겁니다. 그동안 고객이 본 영화를 분석한 컴퓨터자료를 통해 선호하는 장르와 감독 배우들을 파악한 뒤 적당한 새영화를 골라 끊임없이 추천하는 거죠.”
겸업도 비디오대여점의 새로운 추세. 주로 동네 등 좁은 지역을 단위로 ‘이웃’을 상대로 영업하다보니 단골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게 장점. 만화방과 책대여점은 물론 세탁소를 겸하는 곳 등 겸업 업종도 다양하다. 학생층 손님이 많은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단지내 잠원상가의 비디오대여점은 만화방을 겸했다. 또 세탁소를 겸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단지의 ‘세탁과 비디오’는 두 업종의 ‘궁합’을 맞춰 시도한 겸업사례. 우선 봄 가을철이 성수기인 세탁과 달리 비디오는 여름과 겨울철 수입이 짭짤해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것.
가격 경쟁은 대부분의 비디오대여점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숙제다.
은평구 홍제동 현대아파트단지 주민들은 최근 비디오대여점 3곳이 서로 경쟁하면서 가격을 내려 어부지리를 취하고 있다. 대여료 1천5백원이 ‘한달 1만원으로 10개 감상’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한달’의 제한마저 없어졌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