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기업 최윤미대리(여·33)는 최근 ‘인물리스트’를 작성. 평소 알고 지내는 사람들을 △대학친구 △고향친구 △회사동료 △친척 등으로 나누고 중요도에 따라 톱10을 선정해 이름과 연락처를 재정리했다. 그 뒤 최대리는 △대학친구는 최소한의 관계유지로 만족하고 2주에 한 번 정도 전화연락을 한다 △고향친구는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대신 손으로 직접 쓴 편지를 보내 감동의 효과를 노린다 등의 ‘인간관계관리’ 원칙을 세웠다. 한정된 시간과 돈, 정신력.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까? 직장인의 한해 설계를 위한‘에너지테크(tech)’.》
★현금에너지★
직장에서 ‘줄’을 대느라 드는 비용을 줄이는 것도 효과적. K실업 김모과장(37)은 명절마다 선물 공세를 하며 가까이 지냈던 4명의 상사를 올해부터는 최모부장 한 명으로 압축. 인간관계의 ‘정예화’. 김과장은 대신 다른 상사들에게는 결혼기념일 등 사소한 사항을 기억해 축하하는 등 ‘두뇌’를 이용해 예전의 인간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돈이 생기면 자신과 최악의 관계에 있는 상사나 동료의 집만 골라 방문할 계획인 L산업 정모과장(35)은 득(得)보다는 실(失) 방지에 주력할 방침.
★시간에너지★
H전자 조모씨(31)는 업무가 끝난 후 눈치를 보느라 한 두 시간씩 퇴근을 늦추며 생긴 잉여시간에 은행이나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친구들에게 친선도모용 E메일을 보내기로 했다. 반면 K건축설계사 황모주임(33)은 업무가 끝나면 ‘인정사정 없이’ 퇴근해 버리기로 원칙을 세웠다. “IMF시대 고용주와 피고용자의 관계는 단순 ‘계약관계’로 바뀌고 있다. 업무 외 시간은 건축대전에 출품할 작품을 준비하는 등 ‘몸값’을 올리는 데 쓰기로 했다.”
★정신에너지★
정신에너지는 돈이나 시간처럼 ‘총량’은 일정한 반면 ‘분산’이 불가능한 게 특징. 직장 내 조그만 갈등으로 인한 에너지 소모도 그 자체로 접어지지 않고 가정내 불화로 비화하기 십상. 업무량이 줄어 일찍 귀가하게 된 가장의 경우 ‘가족에게 봉사할 수 있어 오히려 좋다’고 위안하는 경향이 있으나 결국 고용불안에서 오는 잠재적 스트레스로 가정화목이 깨지기 쉽다는 것.
“TV를 보며 박찬호와 박세리의 활약에 아무리 환호해도 가정이 이틀 이상 화목해지진 않는다. 공포나 불안감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바에야 이에 정면대결해 부정적 정신에너지를 긍정적 에너지로 바꾸어야 한다.”(서울 한마음신경정신과 이규환원장)
실직 등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 오면 성관계는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이는 분노 좌절 등 부정적 에너지가 ‘도피성’을 띠고 성에너지화(化)한 경우. 근본 치유책이 될 수 없다.
“똑같은 성행위라도 배우자에게 사랑과 기쁨을 주는 긍정적 에너지로 승화시킬 때 긴장해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서울 성의학연구소 이윤수소장)
★체력에너지★
S기업 김모주임(32)은 최근 서울 테헤란로의 한 포장마차를 단골로 정해 이틀에 한 번씩 순대에 소주를 곁들임으로써 ‘회식’의 빈 자리를 채우고 있다. 회식이 준 것이 건강에는 오히려 바람직.
삽겹살 1인분(4백g)에 소주 한 병을 먹으면 성인 남성 하루 활동에 필요한 총열량(2천2백∼2천3백㎉)에 가까운 1천9백㎉가 몸에 축적. 그러나 하루 세 끼만 먹어도 필요열량이 충분히 채워지므로 회식으로 섭취된 영양은 고스란히 배에 쌓이는 셈. 이를 집안에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게 건강을 지키고 가정의 평화도 가져올 수 있는 방법.
집안내 다양한 행위의 소모열량(10분당)을 소개한 인터넷 영양관련 전문사이트에 따르면 체중 70㎏인 성인 남성의 소모열량은 △잠자기〓10㎉ △TV나 신문보기〓10㎉ △요리하기〓30㎉ △섹스(부드러운 경우)〓20㎉ 등. 잡담하는 데 드는 열량이 15∼20㎉(10분당)로 추정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TV시청에 쏟는 에너지의 2배 정도만 투자하면 아내와 ‘의미있는’밤을 보내거나 아내를 쉼없이 칭찬할 수 있다는 결론. 가정에서의 에너지 관리는 ‘절약이 미덕’은 아닌 셈?
〈이승재기자〉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