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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떠나 살기/예술의전당 이철순 부장]

입력 | 1999-01-04 19:10:00


서울 예술의전당 이철순(李哲淳·43)홍보부장은 올 신정연휴를 중미산이 내다보이는 2층집의 널찍한 서재에서 클래식음악을 들으며 느긋하게 보냈다.

아래층에선 고만고만한 4남매가 흙묻은 맨발로 마당과 거실을 신나게 뛰어다녔고 아내는 주방에서 무공해 된장찌개를 끓이고 유기농 배추김치로 김치전을 붙였다.

이부장의 집은 경기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조립식 2층 전원주택.

“서울 떠나길 잘했지요. 서울 아파트에서 살땐 애들이 새장에 갇힌 새 신세였습니다. 음악광인 저도 전축소리 한번 제대로 높여본 적이 없습니다. 아내는 텃밭에서 부지런히 푸성귀를 심고 가꾸고….”

이부장은 95년 9월 서울과 경기 안양의 갑갑한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손에 쥔 7천6백만원으로 이곳에 와 1백34평 땅을 사 48평짜리 2층집을 지었다.

안양의 23평짜리 아파트에 살땐 전용면적이 15평이었는데 문호리 집은 거실만 15평이다. 이부장은 애지중지 모은 음반 2천장이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하고 서재에 반듯하게 자리잡은게 무엇보다 기쁘다. 여기서 출퇴근길은 50㎞. 매일 아침저녁 승용차로 편도 1시간반 걸려 다니는 불편도 있지만 저녁술자리를피하는 핑곗거리로는더 이상좋을수 없다.

아이들은 한학년이 30명 밖에 되지 않는 마을의 자그만 초등학교와 병설 유치원에 다닌다. 서울 아이들보다 ABC는 늦게 깨칠지 몰라도 가을 들녘 메뚜기 잡기에는 자신이 붙을 터이다.

사실 서울을 떠나니 불편한 점도 많다. 집에서 국민학교까지는 1㎞. 걷기에 적당한 거리지만 차도만 덩그러니 난 길이 못미더워 차에 태워 데려다 준다. 뜸하게 오는 버스로 아내는 장이나 은행 일을 보려해도 남편의 승용차를 빌려타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웃들과 어울려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갖지 않으면 안됩니다. 서울 사람이라는 의식을 버리지 않으면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일으켜 오래 살기 어려울것 같아요.”

이부장은 ‘시민’에서 ‘군민’으로 수월하게 변신한 편이다. 양평군은 8만 군민 중 60% 정도가 거주한지 6년이 채 못되는 새내기들. 화가 시인 소설가 드라마작가 등 이부장처럼 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도 3백∼4백명이나 된다고 한다.

〈양평〓이진영기자〉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