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예한 대치정국의 끝은 어디인가.
‘국회 529호실 사건’으로 정국이 한치도 내다볼 수 없는 긴 터널로 접어들면서 각종 현안을 처리하기 위한 여야 막후합의가 백지화됐다.
이에 따라 이들 현안이 언제 어떻게 처리될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또 여야간 대화채널이 완전히 단절돼 당분간 정국정상화의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지난해말 우여곡절 끝에 각종 규제개혁법안과 체포동의안의 처리방향에 대해 간신히 합의를 도출했었다.
한나라당의원이 대부분인 체포동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는 대신 규제개혁법안을 연말까지 처리하는 데 한나라당이 협조한다는, 이른바 ‘일괄타결방식’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에 돌출된 529호실 사건으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또 체포동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는다는 합의도 사실상 무효화돼 여권은 ‘세풍(稅風)’의 주역인 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부터 선별처리해 나가겠다는 강경방침을 정했다.
여기에다 여야가 8일부터 실시한다는 원칙에 합의한 경제청문회도 정상가동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졌다. 여권은 조사특위의 운영계획서를 민생법안과 함께 단독처리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방침이지만 한나라당의 ‘결사저지’를 돌파해야만 청문회도 가능하다.
이렇듯 각종 정치현안에 대한 합의가 공염불이 돼버리자 여야의 대화론자들이 발 붙일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원내총무가 그 대표적인 인물.
체포동의안의 무효화를 앞장서서 추진했던 한총무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당내에서 자신을 성토하는 강경론이 고개를 들자 2일의 의원총회에서 “7일까지 관련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총무직에서 사퇴하겠다”는 ‘폭탄선언’까지 했다.
한나라당의 박총무도 당내 강경파에 밀려 설 땅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박총무는 그동안에도 초재선 강성의원들의 영향을 많이 받아온 이회창(李會昌)총재와 ‘호흡’이 맞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들 대화론자는 막후채널을 재가동할 기회를 엿보고 있으나 최근의 상황이 극히 비관적이어서 당분간 한, 박총무 등이 활동할 여지는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