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영화 음반 등 대중문화산업의 소프트웨어는 사람 곧 스타들이다. 이 소프트웨어의 인기에 따라 문화산업의 경기지표가 달라진다. 스타를 만들고 운명까지 좌지우지하는 일본 연예프로덕션을 해부한다. 또 스타의 가방을 짊어지고 다닌다는 매니저의 단계에서 고부가가치의 창출을 위해 뛰고 있는 우리 연예산업을 살펴본다.》
지난해말 일본 방송 연예가의 최대 화제는 인기가수들이 모두 출연하는 49회 NHK홍백전이었다. 섣달 그믐날 밤 방영되는 이 홍백전을 보면서 한해를 마감하는 게 평범한 일본 가정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번 홍백전은 국내에도 팬들이 적지 않은 아무로 나미에(22)의 복귀 무대여서 특히 관심을 끌었다. 중학 2학년때 데뷔한 뒤 무려 2천만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한 그는 노래는 물론 패션과 사진집으로, 15살 연상의 무용수(댄스그룹 ‘trf’의 샘)와의 전격 결혼과 출산 등으로 잇따른 화제를 낳은 주인공이자 일본 신세대의 우상이다.
그 우상을 움직이는 신(神)이 연예프로덕션 라이징이다. 라이징프로덕션은 아무로 외에도 ‘출연하는 것 자체가 이미 스타가 됐다는 증거’라는 홍백전에 ‘스피드’‘맥스’‘다 펌프’ 등 소속가수를 네팀이나 올려놓았다.
지난해말 ‘다 펌프’의 공연이 진행중인 일본 도쿄의 부도칸(武道館)에서 히라 데츠오(平 哲夫)라이징프로덕션사장을 최초로 만났다.
그의 첫마디는 ‘연예산업〓스타산업’이라는 것.
“연예산업은 무엇보다 스타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비즈니스도 필요하지만 연예프로덕션의 성패는 전국 각지에 있는 재능있는 재목을 어떻게 고르냐에 달려 있죠.”
실제 지난해 8월 실시한 라이징프로덕션의 전국 규모 오디션에는 지원자가 8만명이나 몰렸다. 끼있는 신인들이 오디션과 ‘오키나와 액터스 스쿨’같은 유명한 탤런트 스쿨 또는 개인적 연고를 통해 발굴된다. 그 다음으로 작용하는 것이 연예프로덕션의 막강한 힘이다. 새까만 양복을 차려입은 히라사장의 부하 뿐 아니라, 만나는 사람마다 그에게 90도 각도로 절을 하는 모습에서 사장의 파워를 짐작할 수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그 힘의 비밀은 방송사가 실시하는 탤런트 시험이 따로 없는데다 수백개의 연예프로덕션이 스타를 필요로 하는 매체들에 연예인을 공급하는 풀(Pool) 시스템에서 찾아진다.
일부 가수를 빼고는 라이징이나 ‘SMAP’‘V6’이 소속된 자니스프로덕션 등 유명 프로덕션에 소속되는 것만으로 스타가 되는 지름길에 들어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히라사장은 “(일본에서)아이돌 스타는 노래나 연기중 한 분야를 하는 것만으로 성공하기는 어렵다”면서 “일단 음반을 먼저 낼지 아니면 드라마를 시작할지 각 분야의 프로듀서들과 상의한다”고 말했다. 노래가 뜨면 당연히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고, 연기로 시작해도 곧 가수로 데뷔하게 된다.
‘소프트웨어’인 스타를 다매체에 활용하는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auce Multi Use)’ 전략으로 일본연예산업은 스타의 부가가치를 최대한으로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도쿄〓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