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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대중문화 동반시대/연예프로덕션]한국 경우

입력 | 1999-01-04 19:59:00


일본과 달리 우리는 ‘프로덕션’하면 방송사에 TV 프로를 외부제작 형태로 공급하는 프로덕션을 떠올린다. ‘H.O.T’‘S.E.S’가 소속된 이수만의 ‘SM기획’도 있지만 가요분야로 한정돼 있는 데다 음악 프로듀서의 기능이 강해 일본과 거리가 있다. 우리 풍토에서 일본의 연예프로덕션과 가장 가까운 단어는 매니저일 것이다.

정우성 김지호 박신양 한재석 등 톱스타들이 소속된 EBM의 정훈택사장.

가수 조용필의 로드 매니저 출신인 그는 아이디어와 타고난 친화력으로 연예계에서 성공한 인물로 꼽힌다. 특히 길거리에서 스타의 ‘끼’를 지닌 재목을 발굴하는 능력에서는 동물적 감각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TV 드라마와 영화, CF를 패키지로 묶는 상업적 전략을 구사해 연기자의 몸값을 높여왔다.

“매니지먼트사가 대중문화산업을 뒤흔드는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제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방송사에 스타를 공급하면서도 저자세를 취해야 하고 스타들의 눈치도 봐야 한다.”

스타J(이승연 윤손하) GM기획(조성모 구본승) 대성기획(‘젝스키스’ ‘핑클’) 백기획(이영애 김현주) 등 대표적인 매니지먼트 업체들도 비슷한 사정이다.

가수와 연기자를 포함한 우리 연예산업은 기업형이라기보다는 ‘구멍가게’ 수준의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스타들이 낳는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해 10억원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연예인이 손가락을 꼽을 정도인 시장규모에서 연예인 수입 중 매니저에게 분배되는 30% 안팎의 금액으로는 사무실을 운영하기도 벅차기 때문이다.

일본과 한국 시장의 차이점은 연예산업의 가장 큰 소비자인 방송사가 탤런트는 물론 개그맨 리포터 VJ까지 뽑으며 연예산업의 소프트웨어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MBC의 경우 관계회사인 MBC예술단을 통해 신인 탤런트의 선발은 물론 매니지먼트까지 담당하고 있다.

최근 백기획 등 매니지먼트사들이 영화제작을 시도하는 한편 다양한 부가가치 생산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 연예산업의 미래를 점칠수 있게 한다. 94년 황신혜 김혜수 등 약 30여명에 가까운 스타들을 망라했던 스타서치도 비록 1년여만에 몰락했지만 스타들의 체계적 이미지 관리와 캐스팅 디렉터로서의 역할 등 기업형 연예산업의 싹을 제공했다. SM기획은 ‘H.O.T’를 내세워 캐릭터는 물론 출판과 사이버 게임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